[신앙에세이] 성경통독 / 은주연

(가톨릭신문)
코로나19가 길어지니 삶에 참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일단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생활패턴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어른들 생활패턴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과 매일 부딪히는 일상은 잘 적응이 되지 않았다.

또한 성당에도 갈 수 없게 되면서 미사와 기도를 게을리하게 되자 감사하게 여기던 많은 것들이 불평거리로 바뀌어버렸다. 하느님을 만나지 않는 삶은 그 자체로 버거웠다. 그러는 사이 일 년이 지났고 성당에 가지 않는 일상이 당연하게 느껴질 무렵, 뜻하지 않은 이벤트가 생겼다.

바로 본당 소공동체에서 시작한 ‘성경통독’에 참여하게 된 것이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초등학생 때 세례를 받고 마흔이 넘은 지금까지 성경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굳이 말씀에 맛들이지 않아도 성당에서 하는 모든 전례가 경건했고 신부님 강론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가볍게 생각한 이 ‘성경통독’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같은 시간에 가만히 앉아 하느님 말씀을 듣는다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성경이 더 어렵게 느껴졌던 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읽는 것이 그냥 머리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눈과 머리와 가슴이 함께 움직이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구약성경을 읽어나가면서 얼마나 성경에 무지했는지 스스로 깨달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고 하느님을 경외하는 일이, 하느님께 순종해야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도 중요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또한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는 과정은 내 삶을 여러 번 돌아보게 만들었고, 의도치 않은 후회와 반성이 마음속에 일 때는 가만히 묵주알을 돌려보기도 했다.

이 쉽지 않은 여정을 8개월째 계속하고 있는 지금,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성경을 통해 하느님을 조금 더 깊이 알게 된 이 시간이, 나의 신앙생활 통틀어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시대를 지내면서, 어쩌면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감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변해버린 일상이 너무 힘들다고 왜 이런 날들을 주시냐고 불평하기보다 이렇게 조용히 하느님을 생각할 시간을 주신 것에, 아이들과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것이 어쩌면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매일의 기적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느님께 드릴 수 있는 것은 오직 믿음과 감사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고, 오늘도 나는 저녁밥을 준비하며 주문을 외듯 가만히 되뇌어본다. “주님 감사합니다.”


은주연(엘리사벳·제2대리구 분당성요한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