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 처음입니다만] (8)신부님은 빵·포도주 다 영하는데 왜 신자들은 빵만 먹나요

(가톨릭평화신문)
▲ 교회는 1415년 콘스탄츠 공의회를 열어 평신도에게 성혈을 영하게 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금지했으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부분 허용하였다. 【CNS 자료 사진】




나처음: 신부님, 몇 번 미사에 참여해 유심히 보니 성체와 성혈이라고 하셨던 빵과 포도주를 신부님만 혼자 드시고 신자들에게는 빵만 나눠주시더라고요. 신자들에게는 왜 포도주를 안 주시나요. 미사를 마치고 집으로 갈 때 음주 단속에 걸리지 않도록 하려는 배려심 때문에 그런 건 아니죠.



조언해: 얘! 나처음. 음주 단속 때문에 성혈을 영하지 못하게 한다는 게 말이 돼? 아무리 가톨릭교회를 몰라도 그렇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너 정말 히트다 히트!



라파엘 신부: 나처음이 영성체 예식에 관심이 아주 많은가 보구나. 성체와 성혈을 모두 받아 모시는 것을 ‘양형 영성체’라고 한단다. 12세기 때까지 일반 신자도 사제와 똑같이 모두 양형 영성체를 했지.

그러다 13세기 들면서 유럽 교회에 성체 공경 신심이 퍼지면서 성혈을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대죄를 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신자들이 양형 영성체를 꺼리는 경향이 늘어났어. 그리고 토마스 아퀴나스를 비롯한 당대 저명 신학자들이 “성체와 성혈 안에 그리스도께서 모두 온전하게 현존하신다”고 주장하면서 신자들에게 성체만을 영해 주는 ‘단형 영성체’가 보급되기 시작했단다. 그런데 교회 일부에서 양형 영성체만이 구원의 필수 조건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생겨났어. 또 어떤 이들은 성체를 멀리하고 성혈만을 모시려고 했어.

교회는 이러한 행위 모두를 이단으로 단죄하고, 1415년 콘스탄츠 공의회를 열어 평신도에게 성혈을 영하게 하는 것을 공식으로 금지했단다. 또 트리엔트 공의회도 그리스도께서 빵의 형상 속에 완전히 계시며 성혈을 모시는 것이 구원에 절대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선언했지. 이후부터 평신도는 성체만을 모시게 되었지.

양형 영성체가 평신도에게 부분적으로 허용된 것은 불과 50여 년 전 일이란다. 1962년부터 1965년까지 열린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전례 개혁을 단행하면서 양형 영성체가 성찬 잔치의 표지를 더욱 완전하게 드러낸다는 이유로 허락했단다.

양형 영성체를 하게 될 경우 먼저 성체 교리에 대해 충분히 알고, 성사를 모독할 만한 어떠한 행동도 삼가야 한다는 걸 꼭 기억하렴.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