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부활 제3주일-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가톨릭평화신문)
▲ 염수정 추기경


오늘 복음은 예수님을 버리고 도망쳤던 베드로가 어떻게 다시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주님의 사도가 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곳은 제자들이 고기를 잡으러 나간 티베리아스 호숫가였습니다. 십자가에서 예수님이 죽은 후 제자들은 모두 낙담하여 서둘러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들은 너무 무섭고 떨렸으며 마음은 허탈감과 당혹스러움으로 가득 찼을 것입니다. 어부의 삶으로 돌아온 베드로와 일부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밤에도 아무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베드로는 과거에도 그물을 쳤지만 한 마리도 못 잡아 절망에 빠졌었을 때 예수님께서 나타나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치라 하셨습니다. 그때 많은 고기를 잡았었습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베드로에게 예수님께서는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라고 하셨고 그날부터 베드로는 주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예수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그물을 치자 고기들이 너무 많이 잡혀 그물이 찢어질 정도가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직접 아침 준비를 해놓고 제자들을 맞이하셨습니다. 그리고 시몬 베드로에게 질문하십니다. “시몬아, 너는 이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물으셨습니다. 베드로는 사랑한다고 대답하지만, 주님께서는 묻고 또 물으십니다. 그러자 베드로는 주님을 배반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마음이 슬퍼져 대답하였습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십니다.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는 알고 계십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내 양들을 돌보아라” 하시며 베드로에게 양들을 돌볼 중요한 임무를 맡기십니다.

부활은 영적인 눈으로만 볼 수 있는 신앙의 행위입니다. 평생 어부로 살았던 제자들이 인간의 능력과 의지만으로 결국 한 마리의 물고기도 잡지 못하는 실패를 경험합니다. 그러나 주님의 한 말씀으로 불가능하던 일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부족함이 많은 우리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도록 부르십니다. 그런데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은 오직 예수님 말씀에 의지하고 충실히 따르는 것뿐입니다. 무엇보다 영적인 눈을 뜨고 부활하신 주님을 알아 뵈오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이기심과 욕심, 불신과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신 사명에 따라 세상 사람들을 회개로 이끌어 주님께서 마련하신 천상의 식사로 초대해야 합니다. 우리는 매 순간 부활하신 주님을 찾고 그분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우리에게 주신 거룩한 선교 사명을 실천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오늘도 우리에게 물으십니다.

“내 사랑하는 아들딸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