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부활 제4주일 - 나를 아시는 주님

(가톨릭평화신문)
▲ 한민택 신부



“평안하냐?”(마태 28,9)

“평화가 너희와 함께!”(루카 24,36; 요한 20,19)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요한 20,13)

부활하신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가장 먼저 건네신 말씀은, 깊은 충격과 절망에 잠긴 그들이 다시 힘과 용기를 찾을 수 있도록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분의 관심은 당신을 잃고 상심과 실의에 잠긴 제자들의 마음에 있었습니다. 제자들이 평화를 되찾고 다시 힘을 내도록 용기를 북돋고자 하신 것입니다.

“걸어가면서 무슨 말을 서로 주고받느냐?”(루카 24,17)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요한 21,5)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어깨가 축 처진 제자들에게 다가와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와 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셨습니다. 그들의 마음속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자 하셨습니다. 제자들은 그분을 바로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그분과 함께 길을 걷고 대화를 나누며, 그분의 말씀을 듣고 호수에 그물을 다시 던지며, 그분과 빵을 나누고 아침 식사를 함께하며 그분을 알아보았습니다.

그토록 그립고 다시 뵙고 싶었던 주님께서 나타나신 곳은 두려움으로 모든 문을 걸어 잠근 어두운 다락방이었습니다. 그곳은 또한 주님과 함께 걸었던 길이며 함께 밤을 지새우던 호숫가였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분은 바로 그 자리에서 제자들과 함께 계시며, 그들을 지긋이 바라보고 격려하고 기대를 두며 용기를 북돋아 주고자 하셨습니다. 제자들은 다시 나타나신 분이 ‘바로 그분’이심을 알아보았습니다. 마지막 만찬을 함께 했던, 악당들에게 빼앗겨 고난을 당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히신 바로 주님이셨습니다. 주님께서 다시 나타나심은, 그분의 고난과 십자가 상 죽음이 우연한 비극적 결말이 아니라, 당신 친히 바라고 택하신 것임을 일깨워주었습니다. 그분은 제자들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내놓으셨으며, 그 불멸의 사랑이 죽음을 이긴 것입니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른다.”(요한 10,27)

이 말씀으로 주님께서는 제자들과 맺으신 관계가 어떤 것인지 잘 보여줍니다. 누군가를 알고 그 누군가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다는 것은, 그 앎이 피상적인 것이 아니라, 존재 깊은 곳까지 하나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분은 그들을 아셨고, 그들과 하나가 되셨습니다. 죄로 인해 죽을 운명에 처한 인간이 죄의 굴레를 벗어나도록, 죄 없으신 분께서 친히 죄의 굴레를 당신 것으로 하시고 고난의 길을 택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 양들을 잘 아십니다. 그리고 양들의 삶 안에 깊이 들어와 계십니다. 특별히 양들의 고통스러운 삶 가운데, 상실감과 외로움으로 의기소침해 있는 우리 가운데 계십니다. 우리를 향한 한결같은 믿음으로 희망을 주시고 격려해 주십니다. 그리고 우리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서 말씀을 건네십니다. “평화가 너와 함께 있기를!”

성소 주일에 교회는 부활하신 주님을 ‘착한 목자’로 만나도록 초대합니다. 양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심으로써, 당신의 자비 가득한 현존으로 우리가 죄에서 벗어나기를, 진정한 사랑과 자유를 찾아 용기를 내기를 바라며 우리를 눈여겨보십니다. 이제 고집스러운 마음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그분의 자비로운 눈을 바라봅시다.



한민택 신부(수원가톨릭대 교수, 이성과신앙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