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현장에서] 삶의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가톨릭평화신문)
▲ 마우리찌오 신부



이주 노동자가 도움을 청해올 때마다 거기엔 더 큰 문제가 있음을 깨닫곤 한다. 겉으로는 직장 내 갈등이나 받지 못한 돈 문제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감춰진 다른 문제들이 자리하고 있다.

노동자로서 ‘미등록’ 상황에 있다는 것은 삶 자체가 ‘불법’ 상황에 있음을 의미한다. 불법 체류자들의 경우 부적절하게 새로운 가족을 만들기도 한다. 본국에서 이미 결혼했음에도 부적절한 새로운 관계를 만들거나 결혼은 하지 않은 채 새로운 가족을 꾸리는 경우다.

불법 체류자들과 불법적인 가족 관계를 문제 삼으려는 것이 아니다. 그로 인해 파생되는 삶의 다른 문제들이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불법체류 상황은 고향에 남은 가족들과 개인의 삶을 위험하게 한다는 것이다. 본국에서 발생한 누군가의 비상 상황에도 직업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가족 관계와 헌신적인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물리적인 거리만큼 마음의 거리도 멀어져 많은 오해가 생겨나기도 한다.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은 가족에게 돈을 보내기 위해 한국의 은행 계좌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경제적 의지 또한 약해져 경우에 따라서는 결국 이혼으로 치닫고 미등록 상황에서 또 새로운 관계를 맺기도 한다.

‘새로운 가족들’이 아이들에게 세례 줄 것을 청하며 찾아올 때 사목자로서 특별히 많은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사정을 알게 되었다.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이 미혼일 경우 합법적인 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릴 것을 제안하고 돕기도 하지만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해결 불가능한 상황일 경우, 모두를 위해 그들 스스로 좋은 선택을 하기를 바라고 삶의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마우리찌오 신부(수원교구 이주사목위 광주엠마우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