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 여성 거주시설 ‘향나무집’ 새 보금자리 마련

(가톨릭평화신문)
▲ 10월 말 준공을 앞두고 있는 여성 알코올중독자 거주시설 향나무집 전경.



“향나무집에서 나가면 사실상 행려자입니다. 행려자의 90%가 알코올 중독자거든요.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로 봐야 해요. 그래서 신체나 정신, 경제적으로 특히 영적으로 정말 땅끝에 있고 지옥에 있는 분들을 구원해야 합니다”

한국중독연구재단(KARF 이하 카프, 이사장 유경촌 주교) 소속 재활복지센터장 이용순(돈 보스코) 수녀와 카프 여성 거주시설인 향나무집 이은숙(필로메나) 시설장은 여성 알코올 중독자에 대한 치유와 이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중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알코올과 관련된 연구, 중독 예방, 치료, 재활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지난 2004년 설립된 카프는 2015년부터 서울대교구가 운영하고 있으며 산하에 카프성모병원과 재활치료시설인 재활복지센터를 두고 있다. 재활복지센터는 남성 알코올 중독자 거주시설인 ‘감나무집’, 여성 거주시설인 ‘향나무집’, 그리고 낮 동안 취업, 직업 훈련,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중독자를 위한 야간 거주 공간인 ‘둥지’, 단주와 회복을 위한 출ㆍ퇴근 프로그램인 ‘카프이용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알코올 중독자 여성 거주시설인 향나무집은 10월 말 새 향나무집(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 5길 50-15)으로 이사를 앞두고 있다. 11월 첫째 주에는 재단이사장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 유경촌 주교를 초대해 축복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지난 2006년에 문을 연 기존 향나무집은 시설이 너무 낡아 물이 새는 등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마포구 성미산 자락에 터를 잡은 새 향나무집은 지하 1층, 지상 4층, 대지면적 283.5㎡, 연면적 495.3㎡에 숙소와 직업재활훈련실, 집단활동실, 운동시설 등을 갖췄으며 정원은 15명이다.

재활복지센터와 향나무집은 시설 규모가 커짐에 따라 11월 축복식 이후 ‘알코올 의존 여성의 재발 예방과 회복 프로그램’, ‘알코올 중독 여성의 책읽기와 글쓰기를 통한 치유’ 등 기존에 운영했던 20여 개 치유 프로그램 외에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방침이다.

카프 재활복지센터장 이용순 수녀는 “본인 스스로를 인정하고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 영적 치료의 핵심”이라며 “알코올 중독자들에 대한 육체적, 정신적 치료와 회복도 중요하지만, 그리스도의 삶을 토대로 영적인 부분을 치료하고 회복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향나무집 이은숙 시설장은 “신체 특성상 여성 알코올 중독자들은 남성에 비해 단기간에 중독자가 되기 쉽고 우울증, 식이장애, 편집증, 강박장애 등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병원에서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고 회복된 줄 알고 나갔다가 하루나 이틀, 일주일 만에 들어오는 경우를 자주 봤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혼자서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기가 어려운 만큼 향나무집에서 사회 복귀를 위한 준비 과정을 거치는 게 좋다”며 “시설에 들어오는 걸 꺼리지 말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려 달라”고 당부했다. 문의 : 02-325-4107, 카프 향나무집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