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33주일 - 종말론적 신앙과 삶으로의 초대

(가톨릭평화신문)
▲ 한민택 신부



전례력상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시점에, 오늘의 미사 전례는 종말에 대해 그리고 그리스도 신앙이 지닌 종말론적 성격에 대해 묵상하도록 초대합니다.

‘종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두려움이 아닐까 합니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 속에서 사람들은 대체로 종말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릇된 종말론을 등에 업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과 두려움을 조장하며 사람들에게 다가와 현혹하는 유사종교들이 우리 주위에 많이 있습니다. 유사종교의 그릇된 종말 신앙에 빠지는 이유는 종말에 관한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종말이나 심판을 막연히 두렵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종말이란 어떤 것일까요? 과연 종말은 존재하는 것일까요? 신앙인은 종말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오늘 복음 말씀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 성전이 허물어질 때가 곧 올 것을 예고하시며, 이에 앞서 당신 이름으로 가장한 거짓 예언자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하십니다. 이어서 전쟁과 반란이 일어날 것이고, 지진과 기근, 전염병이 생기며 하늘에서 무서운 일들과 표징이 일어날 것이고 박해가 일어날 것이라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이 모든 말씀 뒤에 덧붙이십니다.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복음에서 예수님은 예루살렘의 멸망을 말씀하시지만, 이는 최종 심판에 관한 말씀이기도 합니다.(마태 24,3-14; 마르 13,3-13 참조) 잘 살펴보면 예수님은 종말과 심판에 관한 무서운 일을 말씀하신다기보다, 그러한 일을 겪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당신을 따르는 신앙의 길을 굳건히 걸어갈 것을 당부하고 계심을 알 수 있습니다. 믿는 이들에게 종말과 심판은 두려움이 아닌 희망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복음은 신앙으로 끝까지 견디어 내면 생명을 얻으리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한편 복음이 전하는 환난과 시련은 심판 때에 일어날 일만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일들이기도 합니다. 우리 삶에는 전쟁과 반란, 지진과 기근, 전염병, 박해 등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때로 우리의 용기와 자신감을 앗아가고 좌절과 절망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종말을 희망으로 기다리는 신앙은 갖가지 환난에서 주님이 오실 날이 머지않았음을 깨닫도록 합니다. 그분께서 곧 오시어 지금 우리가 겪는 시련과 환난을 없애 주고 영원한 행복과 안식을 주시리라는 희망을 선사하며, 지금 여기서 시련에 맞서 의연하게 살아갈 용기와 힘을 줍니다.

그분께서 곧 오십니다. 아니, 그분께서 이미 문 앞에 당도해 계십니다. 문 앞에서 문을 두드리고 계십니다. 우리와 함께 잔칫상에 자리하고자 하십니다. 우리 삶을 기쁨의 잔치로 초대하고자 하십니다. 이제 그분의 초대에 응해야 할 때입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잔칫집에 들어가지 못했다면, 이제 마음을 다잡고 그분의 초대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어드립시다. 우리 삶이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 찬 하느님의 나라로 변모하도록 말입니다.



한민택 신부(수원가톨릭대 교수, 이성과신앙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