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현장에서] 회복으로 가는 나침반

(가톨릭평화신문)
▲ 조창운 수사



“복지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라고 말하지만 성인 남성 노숙인들에게는 그 당연한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세상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감내해야 하는 감정들이 너무도 많은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수도자로 살면서 소임을 맡은 곳은 성인 남성 중 노숙인으로 알코올과 약물, 게임, 도박중독, 사회부적응 등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분들이 함께 오순도순 살아가는 사회복지 재활시설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하느님을 섬기자!”라는 수도회 모토에 따라 사회복지 현장에서 수년째 소임을 맡고 있지만, 마냥 기쁘게만 임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복지시설에 함께 살고 있는 거주가족들이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는 서울역과 영등포역 광장, 지하도, 공원, 한강둔치, 쉼터, 고시원, 쪽방, 찜질방, 정신병원 등에서 지내다가 거리 상담을 통해 그동안 자신을 무던히도 가족과 사회로부터 멀어지게 했던 중독의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된다.

다양한 삶의 나이테와 상처를 지닌 성인 남성 50여 명이 함께 매일 같은 공간에서 북적거리며 살아가는 일상은 처음에는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중독의 문제를 가진 동료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면서 자신의 문제를 서서히 알아차리게 되고 중독자임을 스스로 인정하게 되면서 그동안, 중독자로 살아온 과거의 삶을 뒤돌아보고 성찰하게 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회복자로서 보통의 사람들처럼 평범한 삶으로의 복귀를 꿈꾸게 된다.

늘푸른자활의집의 미션은 ‘회복으로 가는 나침반’이다. 여러 가지 삶의 굴곡 때문에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 아들, 딸, 형제, 친구, 지인, 사회로부터 상처받고 또 상처 주는 중독자로 거친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예수님 사랑의 계명에 따라 인간의 본성은 선함을 믿으며 모든 중독자가 회복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그들 스스로 힘을 키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오늘도 한 지붕 밑에서 한솥밥을 맛있게 먹으며 50여 명의 거주가족과 20여 명의 직원, 수도자들이 북적거리며 활기차게 살아가고 있다.



조창운 예로니모 수사 (그리스도 수도회, 늘푸른자활의집 시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