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 눈으로 정책 공약 꼼꼼히 따져 슬기로운 선택을

(가톨릭평화신문)

▲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성큼 다가왔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역 인근에 후보자들의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4월 15일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자들은 표심을 잡기 위해 막바지 선거운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권자들은 자신의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어느 후보를 선택할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주교회의 사무처는 각 정당에 정책 질의서를 보내 받은 답변을 3일 발표했다. 그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소중한 한 표,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리스도인은 어떤 기준으로 후보자를 평가하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할까? 교회는 투표 참여는 권리를 넘어선 ‘의무’라고 강조한다. 투표는 사회 모든 분야가 하느님 가르침에 맞갖게 나아가도록 돕는 협력자를 뽑는 ‘복음화’의 한 여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교회 가르침에 부합하고 진정으로 국민을 대표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잘 선택해 투표해야 한다.

교회는 △사람을 사람답게 바라보는 인본주의와 박애주의 정신을 갖고 있느냐 △공동선을 증진할 수 있느냐 △인간 발전에 연대할 수 있느냐 △연대하는 이들이 갖는 특징이나 장점을 보조해 줄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투표할 것을 권고한다.

교회는 또한 정치 책임자에 대해서는 “봉사의 정신으로 인내와 겸손, 온건, 애덕 등 덕목에 따라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 권위와 명예, 사사로운 이익이 아니라 공동선을 활동의 참된 목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간추린 사회교리」 410항)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3월 19일 주교회의 봄 정기총회 브리핑에서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신자들에게 “혈연과 지연, 학연에 매이지 않고 지역 사회를 통해 봉사할 수 있는 의원을 뽑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대주교는 이어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정치 질서를 제대로 잡아가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과 “투표는 거룩한 의무이자 인간 존엄을 향해 나아가는 거룩한 성지순례”라는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의장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의 말을 인용하며 “모든 국민이 나라를 구한다는 심정으로 올바른 의원들을 뽑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교회 가르침으로 본 정당별 공약

정책 질의서는 △민족화해 △사회복지 △생명윤리 △생태환경 △여성 △정의평화 △노동 △청소년 등 8개 분야 40개 문항이다. 주교회의는 정책 질의서를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민생당, 정의당, 국민의당에 발송했다.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3월 31일까지 마감해 더불어민주당과 민생당이 답변을 제출했다. 미래통합당, 정의당, 국민의당은 1일 답변을 제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족화해

2020년은 한국 전쟁 발발 70주년이 되는 해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갈망이 크지만 경색된 남북 관계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민주당과 민생당은 한반도의 적대적 분단 구조를 해체하고 동북아시아의 평화 정착을 위한 한국 전쟁의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당은 대북 경제 제재와 관련해서도 미국과 국제 사회의 태도 변화를 위한 한국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교회는 국제사회에 대한 ‘평화의 위협’에 대처하는 제재와 관련해 “그러한 조치들의 참된 목적은 협상과 대화의 길을 열어 주는 것이다. 제재가 결코 국민 전체에 대한 직접적 처벌의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경제적 제재는 지극히 신중하게 사용되어야 하는 수단이며, 엄격한 합법적 윤리적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간추린 사회교리」 507항 참조)

남북 교류 협력에 있어서도 양당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포함한 남북 교류협력 활성화가 한반도 평화의 ‘열쇠’가 된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했다.



◆생명윤리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형법상의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리면서 국회는 올해 12월 31일까지 대체 입법을 해야 한다. 민주당은 낙태죄 폐지 이후 대체 입법의 방향으로 낙태를 거부하는 의사나 의료기관의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미혼모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법과 남성의 책임을 묻는 법의 제정을 요구하는 한국 교회와 입장을 같이 했다. 민생당은 중립을 지켰다.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이미 20년 이상 사형집행이 없는 실질적인 사형제도 폐지 국가로 분류된다. 주교회의는 사형제도가 인간의 기본권인 생명권을 국가가 직접 침해하는 형벌로 보기 때문에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형제도 폐지와 관련해서는 민주당은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민생당은 중립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가톨릭교회가 인간 배아의 생산과 활용에 대한 대안으로 성체 줄기세포 연구와 활용을 제안하는 것에 대해 민주당은 교회의 입장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민생당은 중립을 나타냈다.



◆생태환경

탈핵과 관련, 우리나라에서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핵발전소 백지화에 동의하는지에 대해 민주당은 건설 중인 핵발전소 백지화는 동의하지 않지만, 계획 중인 핵발전소 백지화는 적극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어 건설 중인 4기(신한울 1ㆍ2호기, 신고리 5ㆍ6호기)는 계획대로 추진하고 신규원전 건설 계획(신한울 3ㆍ4호기, 삼척 1ㆍ2호기, 영덕 1ㆍ2호기)은 백지화했다고 답했다.

민생당은 원전의 수명 연장은 반대하지만, 신규 원전의 개발이나 원전을 줄이는 것은 석탄발전과 대체에너지원의 개발과 관련 있는 만큼 에너지 믹스를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교회의는 “핵은 생명권과 환경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그에 반함으로써 그리스도교 신앙의 출발이며 완성인 하느님의 창조 역사와 구원 역사를 부정한다”고 전하고 있다.(「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 - 핵발전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성찰」 122항)

기후 위기 극복과 관련해서는 민주당과 민생당 모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후변화 특별기구 설치와 기후변화 특별법 제정, 온실가스 저감 계획이나 재생 가능한 에너지 확대를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4대강 16개 보 철거 등 4대강 재(再)자연화와 관련해서는 민주당은 중립을 나타냈다. 민생당은 4대강 재자연화에는 동의하지만 보처리방안은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유역물관리위원회의 의견 수렴을 거쳐 합리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답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정책 질의서 답변은 주교회의 홈페이지(www.cbck.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입후보자 신상정보와 공약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www.nec.go.kr)에서 살펴볼 수 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