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가톨릭평화신문)
▲ 임상만 신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성당의 미사가 전면 중단되면서 많은 신자가 신앙생활에서 미사가 지니는 가치와 의미 그리고 영성체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다행히 이 기간에 가톨릭평화방송의 TV 매일 미사 시청을 통해 그나마 신앙의 갈증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미사의 본질인 성체를 영할 수 없었기에 ‘신령성체’를 했음에도 직접 성체를 배령하지 못한 아쉬움은 크게 남았다.

언젠가 가톨릭평화신문에 ‘가톨릭 신자들의 성체 신심’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실린 적이 있다. 물론 상당수 신자는 성체 안에 그리스도께서 온전히 현존하심을 믿는다고 응답했지만, 적지 않은 신자들이 성체를 단지 상징적 의미로만 받아들이고 있다는 기사였다.

오늘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맞아 우리도 각자 이 설문에 참여해 보았으면 한다. ‘나는 미사 중에 사제가 빵을 축성하면 예수님의 몸으로 변화되고, 또 포도주와 물을 섞어서 축성하면 예수님의 피로 변화된다고 정말 믿고 있는가?’ 이에 우리는 ‘믿고 있습니다’ 하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교회헌장」 제11항에 “그리스도인의 생활 전체의 원천이요 그 절정이 성체성사이다”라고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성체성사는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은총을 주실 뿐 아니라, 실제로 그분 자신을 내어 주는 복된 성사이다. 왜냐하면, 이 가장 거룩한 성사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진실로 또 구체적으로 현존하시기 때문이며 이로써 이 성사는 그리스도교의 핵심이다”(토마스 머튼, 「생명의 빵」, 12)는 표현처럼, 성체성사 안에 우리 신앙이 완전하게 요약되고 집약돼 있어 우리가 성체성사 자체를 부정한다거나 의심한다든지 혹은 그 의미를 상징적인 것으로 축소한다는 것은 그리스도 신앙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미사 때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하여 영적 양식이 된다는 것을 확실히 믿고, 감실 의 성체 안에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신다는 것을 의심치 않고 믿으면 우리의 삶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달라지는 은총에 이를 수 있다.

이것은 살아 계신 주님께서 온전히 성체 안에 계시기에 가능한 것이다. 물론 그 신비를 이성적으로만 이해할 수는 없다. 이 교리를 받아들이고 믿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가 성령께 일치하고 성령께서 비춰주실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성 토마스의 “두 가지 허울 안에 분명 숨어 계시오나 우러러 뵈올 수록 전혀 알 길 없사옵기에 내 마음은 오직 믿을 뿐이오이다”(성 토마스의 성체 찬미)라는 고백을 통해, 성체성사의 신비는 우리의 이성이나 상식으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고 오직 믿음과 성령의 역사하심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어려운 방식으로 성체성사를 이루신 이유는 오직 당신의 인간에 대한 사랑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예수님은 당신의 몸을 십자가에서 제물로 봉헌하신 사랑도 모자라 그 은혜를 계속 나누어주기를 바라셨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자신의 몸을 부수어 우리에게 영혼의 양식이 되고자 자청하심으로서 이루어진 선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미사 때마다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하며, 성체 안의 주님은 우리를 통하여 가난하고 소외받은 이들에게도 함께 하시기를 바라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성체의 신비는 나눌수록 더 많아지는 기적이기 때문이다.

“성체성사는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투신하게 한다. 우리를 위해 내어주신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참되게 받기 위해서는 그분의 형제들인 가장 가난한 사람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알아보아야 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397항)





임상만 신부(서울대교구 상도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