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 현장에서]삶의 가장 맨 앞에서

(가톨릭평화신문)
▲ 김종화 신부



전 세계 가톨릭교회 신자들은 프란치스코 교종의 「찬미받으소서」 회칙 반포 5주년을 맞이하여, 올해 5월 24일부터 시작하여 일 년 동안 ‘생태적 회개’의 해를 걸어가게 된다. 가톨릭기후행동도 ‘찬미받으소서 주년’을 뜻깊게 시작하기 위해 삼척 석탄발전 건설 현장을 찾았다.

우리나라의 동해안은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처가 깊게 드리워져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핵발전소와 석탄발전소가 해안가에 빼곡히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삼척은 핵발전소 건설이 철회된 이후에 또다시 석탄발전소가 건설 중이다. 2018년 건설 현장에서 천연 동굴이 발견되어 자연유산적 학술 가치가 크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지만, 여전히 공사는 강행되고 있다. 심지어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숙주인 멸종위기종 박쥐가 서식할 가능성이 있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정확히 2년 전 삼척 탈석탄 수요 미사에 참석했었다. 당시 탈석탄반대단체는 삼척 시내에 사무실도 있고, 미사 후에는 삼척 시내에서 촛불 시위도 정기적으로 이어갔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얼굴에는 오랫동안 싸워온 트라우마가 너무 짙게 묻어 있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였고, 함께 연대할 지역 시민들도 사라지고 있었다.

조용한 동해안의 시골 마을 주민들은 왜 이토록 끊임없이 눈물을 흘려야만 하는 것일까? 석탄발전으로 단기간 수익을 올리려는 기업의 이익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윤리 의식 없이 이익만 보려는 금융 자본의 투자 때문일까?

고통스러워하는 지역 주민들의 손을 잡고 눈을 마주치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 아무런 힘도, 권력도 없이 십자가를 메고 쓰러진 십자가의 예수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여기가 맨 앞’이다. 십자가의 가장자리는 우리 곁에 눈물 흘리며 이미 와 있다. 삶의 주변을 둘러보자. 십자가의 예수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삶의 가장 맨 앞에서 손짓하고 있다.



김종화 신부(작은형제회 정의평화창조질서보전위원장, 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