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난민 1만 명대… 노동·의료 등 교회 지원 활발

(가톨릭평화신문)
 
▲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와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2018년 7월 제주교구 무릉공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예멘 난민들을 만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2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다.

한국 교회는 노동ㆍ의료 지원 등 다양한 형태로 난민 사목을 펼치고 있다. 난민 사목 일선에 선 교구는 제주교구다. 그 배경에는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제주특별자치도의 특수성이 있다. 2018년 예멘 난민 500여 명이 제주도에 입국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난민 논란이 불거졌다. 이때 앞장서 난민을 포용한 곳이 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 ‘나오미’였다. 이주사목센터는 지금도 난민을 위해 보금자리와 먹거리를 활발히 제공하고 있다. 나오미는 제주 가톨릭의사회ㆍ약사회와 협력해 의료 지원도 펼치고 있다.

한 해 난민 신청자가 1만 명이 넘는 시대. 새로 유입되는 난민의 성공적인 정착을 도와온 나오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하늘길이 막히자 방향을 바꿨다. 지역 경제 악화로 급증한 난민 실직자의 재취업과 생계유지를 돕는 데 주력하고 있다. 등교 개학이 연기된 기간에 난민 자녀와 그 가정을 위한 공부방을 열어 온라인 개학에 적응하고 학습 속도를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왔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제주 이주사목센터 나오미의 도움을 받은 이는 모두 128명. 이 가운데 예멘 출신이 58명으로 가장 많고, 인도(38명)가 뒤를 잇는다.

의정부교구도 난민ㆍ이주민 사목에 힘을 쏟고 있다. 2018년부터는 1본당 1난민 가정 돌봄 사업을 진행하며 활동가를 양성하고 있다. 아울러 교구는 의정부ㆍ파주ㆍ구리에 각각 이주사목센터 엑소더스(EXODUS)를 둬 교구 관할 구역 동서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의정부 엑소더스가 담당하는 동두천 보산동은 나이지리아ㆍ라이베리아 등 영어권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 공동체가 크게 형성된 곳이다. 집값이 저렴하고 과거 미군 기지가 주둔해 상권이 발달한 까닭이다. 오는 7월 문을 여는 ‘가톨릭센터’는 난민뿐 아니라 이주민 아동ㆍ청소년에게도 방과 후 돌봄이나 체험학습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지역 주민과의 상생과 연대를 위한 문화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베다니아의 집’도 있다. 산업재해나 질병으로 진료를 받은 이주노동자가 완전히 회복돼 노동 현장으로 복귀할 때까지 보호하는 기관이다. 베다니아의 집은 난민에게도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 교회 안에는 난민 활동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의 장도 마련돼 있다. 예수회 기쁨나눔재단과 서강대학교 국제문화교육원이 공동 주최하는 ‘국내 난민활동가 양성 과정’이다. 지난해 9월 서울 마포구 예수회센터에서 1기 과정이 열려 전국 각지에서 온 가톨릭 이주사목 및 시민단체 활동가 20명이 참여했다.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총무 최법관 신부는 “난민을 향한 한국 사회와 정부의 태도는 아직 성숙하지 않은 단계”라며 “교회가 앞장서 난민을 포용하고, 신자들도 난민에 대해 편견과 차별이 아닌 사랑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