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13주일, 교황주일- ‘두 교황’과 교황 주일

(가톨릭평화신문)
▲ 임상만 신부



영화 ‘두 교황’은 은퇴를 결심하고 후임을 물색하는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교구장 은퇴 승인을 받기 위해 교황을 방문한 베르골리오 추기경(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함께 지낸 이틀 동안 일어난 일을 담고 있다.

교회의 전통과 규범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보수파 교황과 이제는 교회가 시대의 흐름을 수용하고 신자들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는 개혁파 베르골리오 추기경의 만남을 다루면서, 우리 교회가 무엇을 지켜야 하고 또 동시에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교회가 매 순간 선을 긋고 담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황의 말에, “오늘날 교회는 자비로 담을 부수고, 그 대신 다리를 지어야 한다”고 응수하는 베르골리오 추기경의 대화를 통해, 제도 안에서의 전통적 교회론과 신자들 삶의 현장 속에 머물러야 한다는 새로운 교회론이 충돌하지만 결국은 이 둘이 함께 공존해야 함을 날카롭게 제시하고 있다.

복음은 ‘시원한 물 한 잔’(마태 10,42)이라는 말로 교회의 원론적인 역할을 제시한다. 뜨거운 중동에서 ‘시원한 물 한 잔’은 누구에게나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기에 우물은 반드시 보호해야 할 중요한 원천이다. 그러나 우물 보호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뚜껑을 닫고 열지 않아 더는 물을 마실 수 없다면 그 우물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이는 복음을 지키기 위해 너무 방어적인 모습으로 교회 안에만 머물러 있으므로 해서 삶의 현장과 유리된 면을 바로 잡아야 함을 일깨워 주는 동시에 교회가 일상의 현장에서 세상 속의 작은 이들에게 ‘시원한 물 한 잔’을 제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우물 뚜껑을 열 때 정체성을 회복하고 현실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예수님께서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물 한 잔이라도 마시게 하는 이”라는 표현으로 삶의 현장에서 무시당하고 소외받기 쉬운 사람들에게 자신의 중요한 것을 적극 나누어야 함을 강조하신다. 이는 ‘작은 이들’이 세상 사람들에게는 매우 가벼운 존재일 수 있지만, 교회에서는 그들이 신앙적 실천 대상의 우선순위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동안 교회가 제도권에만 공고히 머무르기 위해 정작 삶의 현장에서 관심이 필요한 작은 이들을 놓치고 있지 않았는지에 대해 돌아보아야 한다.

오늘 복음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냥 ‘물 한 잔’이 아니라 ‘시원한 물 한 잔’이라는 표현을 통해 나눔은 주는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그것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더욱 필요한 것이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동안 교회나 신자들이 가난하고 소외당한 사람들을 위하여 많은 부분을 나누었지만, 이제는 좀 더 신중하게 받는 사람의 입장까지 헤아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오늘날에도 우리 주변에는 ‘시원한 물 한 잔’을 기다리며 목말라 애타는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회가 방황하는 이들은 무시한 채, 화려한 종교적 행사 위주로 단지 양적 팽창만을 위해 달려왔다면 이제는 과감히 그 달음질을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그리고 주님의 말씀에 따라, 잃는 것 보다는 작은 이들과 나눌 수 있는 것들을 먼저 헤아릴 수 있어야 “우리가 받을 상을 결코 잃지 않을 것이다.”(마태 10,42)

“우리는 가진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없이 활동하고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좀 더 윤리적인 비전으로 돌아가야 합니다.”(프란치스코 교황, 2013년 CAPP 연설 중에서)



임상만 신부(서울대교구 상도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