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현장에서] 거울

(가톨릭평화신문)
▲ 김호균 신부



모파상이 쓴 「비계덩어리」라는 단편소설은 호교론적인 사람들에게 읽기 불편한 내용이 들어있다. 그뿐만 아니라 여기에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을 통해 다양한 계층들을 고발하고 있다. 심지어 작가는 개혁가들까지 예외를 두지 않았다.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런 작가의 시각은 유효하고, 이런 삶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안에 기생하고 있다. 나에게도 3년 전 경험했던 사건 하나가 기억의 항문에서 기어 나온다.



“형님!”

그는 신부인 나에게 신부님이라는 말보다는 ‘형님’이라는 말을 즐겨 썼다. 신자도 아니거니와 나와 관계 맺어진 상황이 나이로만 호칭이 정해지는 타지라는 구조 속에서 이루어졌기에 당연했다.

“좀 이상해요.”

“뭐가?”

“신부는 뭐 하는 사람이에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었다. 말하는 느낌이 빈정거림과 이해하기 힘든 상황을 경험했다는 것이 말투에서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는 동네 일을 맡아보는 이장이면서 건축업자이기도 했다.

“우리 동네에 길을 내야 해서 수소문을 했는데 마침 한 곳이 천주교 재단으로 되어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래서 사람을 찾아서 전화를 드렸더니 말투가 얼마나 고압적이었는지 말 꺼내기가 무서웠어요. 다른 집은 길을 내어도 좋다는 도장을 다 찍어 줬는데 거기만 ‘왜 당신이 나서서 전화하느냐’는 식으로 말을 하는데…. ”

사실 그곳은 A 교구에서 장래에 성당을 짓겠다고 미리 부지를 마련한 곳이었다. 바다가 바라보이는 전망은 좋아 보였지만 지역 사회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전해야 할 미래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했다.

그날 머리를 긁고, 얼굴이 붉어지는 것으로 미안함을 대신했다.



김호균 신부(대구대교구 노동사목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