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그리스도왕 대축일 - 예수 그리스도를 참된 왕으로 모시자

(가톨릭평화신문)
▲ 임상만 신부



한해의 마지막 주일인 ‘그리스도왕 대축일’이다. 아직은 코로나 19로 인한 힘든 상황이 종결될 기미가 보이진 않지만, 그럼에도 이 주일을 기점으로 우리는 주님의 섭리 안에서 새로운 희망과 기다림의 시간인 ‘대림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스도왕 대축일’은 1925년 교황 비오 11세에 의해 제정됐다. 세상에 만연하는 무신론과 세속주의 속에서 예수님을 참된 왕으로 모시고 그리스도의 통치가 개인과 가정 그리고 온 우주에까지 두루 미치고 있음을 드러내는 희망과 기쁨의 축일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시 한 번 하느님의 손길이 더 이상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도 이 세상에 곧 펼쳐질 그리스도의 재림과 더불어 시작될 하느님 나라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야 하겠다.

사실 세상이 원하는왕은백성들의실제적인필요적 요소들에 대한 해결능력을가진 권력자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유다 백성들도 오병이어의 기적을 통해 오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배불리 먹게 해주신 예수님을 왕으로 모시려고 했을 것이다.(요한 6,15) 이런 까닭에 이세상의왕들은 하나같이 백성들이 원하는 먹고 마시는 기본적 욕구들을 해결해주겠다고약속한다.그러나예수님은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마태4,4) 그리고“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요한18,36)라고 천명하시며, 세상의 왕권이 내미는 달콤한 세속주의와 물신주의에 빠지지 말고 곧 다가올 하느님 나라를 깨어 준비하라고 말씀하신다.

이 말씀은 그리스도인들 중에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세상의 구원자로서 믿기보다는 단지 당장 먹을 빵을 많게 하신 오병이어의 기적만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치 더 가지고 더 누리게 되는 것이 신앙의 열매이고 믿음생활의 근본적인 조건이라고 생각으로 예수님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예수님은 사람들이 먹고도 죽어갈 빵의문제나 경제문제 등의 해결사가 아니라 인간을 본질적으로 죄에서 해방시켜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이끄시는 왕 중의 왕, ‘그리스도 왕’이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수님은 ‘최후 심판’이라는 오늘 복음을 통해서 우리에게 더 이상 세상 것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구원자이신 예수님을 따라 새롭게 변할 것을 요구하신다. 가진 자들과 권력자들이 가난한 자들과 미천한 자들에 대해 온갖 갑질을 해대는 세상에서 이제는 우리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앞장서 인간 차별을 없애고 연민과 보살핌으로 그 사랑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 순간에도 심판의 오른편과 왼편 사이에 끼어있는 경계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또한, 예수님을 믿으며 살면서도 매 순간 더 많이 얻어 누릴 것만 생각하며 살고 있는 나약한 존재들임을 고백하게 된다. 그러나 이제는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나눔과 내어줌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더 많이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 마지막 심판 날에 ‘그리스도 왕’께서 우리도 당신 오른편에 설 수 있기를 원하시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왕이 되어주심에 감사드리며,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bus omnia)’이 되신 예수님께서 세상에 다시 오실 때 우리 모두 이 축복의 말씀을 듣도록 변화된 삶을 살아야겠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마태 25,34)



임상만 신부(서울대교구 상도동본당 주임)



※지난 1년 동안 ‘생활 속의 복음’을 연재해주신 임상만 신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교회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대림 제1주일부터 함승수(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신부님께서 집필해 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