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집수리해 주고 희망 나누는 사회적 기업

(가톨릭평화신문)
▲ 최근 사회적 기업 새암에서 시공한 서울 성북구 청년활력거리의 청년창업정보교류교육장을 새암 노동자들이 시멘트 몰탈 작업을 하고 있다. 새암 제공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서울 방배동 골목길에 각종 인테리어 물품이 가득 쌓였다. 오래된 연립주택 반지하 방 리모델링을 하기 위한 도배지와 비닐 장판 등이다. 두 차례 고관절 수술로 입원한 부인을 간병하던 80대 할아버지가 급히 집에 돌아와 리모델링을 돕는다. 인부들은 허름한 세간을 꺼내놓은 뒤 장판을 걷어내고 갈라진 틈을 보수하고 접착제를 뿌린 뒤 새 비닐 장판을 깐다. 또 벽지도 뜯어내고 그 자리에 새 벽지를 붙인다. 작업하는 손길이 능숙하다.

비좁은 공간에서 힘겹게 리모델링을 하는 이들은 건설 사회적 기업 (주)새암의 박용모(요셉, 66) 대표 등 6명의 노동자다. 이들 현장기술직 노동자들 역시 취약계층 중에서도 취약계층에 속한다. 다들 일자리를 찾지 못하다가 사회적 기업 ‘새암’을 통해 취업에 성공했다. 동병상련, 같은 처지이다 보니 더 정성스럽게 시공한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다. 2008년 (사)다사랑공동체 사업단으로 출발했다가 2011년 예비 사회적 기업 지정을 거쳐 2013년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 기업이 됐으니, 올해로 출범 10년째를 맞았다.

‘새암’이 하는 일은 ‘희망’사업이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서울시 희망의 집수리, 교통사고 후유 장애인을 위한 교통안전공단 집수리, 에너지 절약형 집수리 사업 등이다. 쾌적한 주거 환경 제공을 통해 취약계층도 지원하고 취약계층을 고용해 일자리 안정도 꾀한다. 하지만 사업은 여전히 쉽지 않다.

희망의 집수리사업도 도배와 장판, 단열, 방수, 싱크대, 위생기구, 제습기 등 15개 분야에서 이뤄지지만, 한 가구당 120만 원을 초과하지 못해 어려움이 많다. 희망의 집수리는 올해 전반기에 50곳, 하반기에 20곳쯤 시공했다. 교통안전공단 역시 시공 금액이 300만 원으로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새암은 해마다 2000∼3000만 원씩 적자를 보기 일쑤다. 그럼에도 새암 일꾼들은 ‘사회적 기업 새암’이라는 일터를 손에서 놓을 수 없다. 같은 형편이다 보니 봉사로라도 돕고 싶은 마음, 곧 연대의 정신이 마음 밭에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암에 걸려 일자리를 잃은 아들을 돕고자 폐지를 줍는 할머니를 보면서 어떻게 그냥 두고만 보겠어요? 봉사로라도 해야죠. 그게 우리 새암을 이끄는 힘입니다. 그래서 자원봉사 집수리도 하는 겁니다. 가구당 지원금액인 120만 원을 넘는 시공도 여러 번 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래도 새암은 샘물에서 이름을 딴 회사답게 누구나 마실 수 있는 옹달샘이 되기 위해 힘을 낸다. 단순 집수리뿐 아니라 실내 건축시공 등 전문건설업 면허를 땄고, 복지관이나 관공서, 성당 리모델링 사업으로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