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기본법, 성장과 기업 중심의 틀 벗어나지 못했다

(가톨릭평화신문)
▲ 기후위기비상행동이 6월 28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탄소중립 녹생성장 기본법 제정을 반대하는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제공



이름만 기후위기 대응법이라고 비판받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안(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이 8월 31일 끝내 본회의를 통과했다. 탄소중립기본법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줄이겠다는 감축 계획안을 담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탄소중립을 법제화했지만 탄소중립의 책임 주체와 실효성 있는 감축 방안이 빠져 있어 환경 단체를 중심으로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환경운동가들은 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녹색성장’을 꼽았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본 원칙과 방향이 담긴 법에 과거 실패한 정책으로 판명된 ‘녹색성장’ 내용이 들어가면서 탄소중립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비상행동 황인철(마태오) 공동집행위원장은 “녹색성장이 법에 들어가면서 시장과 기술, 산업 중심의 내용만 가득하고 기후위기를 직접 겪고 기후위기로 권리를 침해받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그 권리를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를 일으킨 책임 주체가 국가와 기업인데 법에는 이들에게 명확하게 책임을 묻고 규제하는 근거가 없고 기업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다양한 부문과 지역의 목소리를 모으는 작업을 해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 변화 없고 환경보다 경제에 우선


기후위기는 ‘성장이 발전이고, 발전해야 잘 산다’는 성장 중심주의에 근본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탄소중립기본법은 성장에 중독된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며 환경보다는 경제 발전을 우선하는 정부의 한계를 드러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는 탄소중립기본법 본회의 통과 전 발표한 성명에서 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과도한 성장과 소비, 생태계 파괴와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성장 신화는 새로운 변화와 전환의 흐름과 더이상 양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강승수(대전교구) 신부는 “지속적이고 무한한 성장은 이제 불가능하다”며 “성장하지 않고도 적정한 삶과 적정한 기술 가운데서 인간이 행복할 수 있는 탈성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녹색성장이라 해놓고 환경을 파괴했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정부를 감시하고 온실가스 배출 주체에 끊임없이 압력을 행사하는 캠페인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대응에 모두가 힘 합쳐야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기준으로 35% 이상 줄이겠다고 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두고도 산업계와 환경계가 대립하고 있다. 산업계는 감축 목표가 너무 높아 기업 운영에 타격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고, 환경계는 기후위기 심각성과 기후위기 발생 책임에 비춰볼 때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이상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 기후변화 분과위원장 전의찬(스테파노, 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교수는 “35%라는 수치가 환경단체에선 실망스럽겠지만 산업계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목표가 맞다”면서 “2030년까지 남은 기간이 얼마 없기에 숫자에 매몰되기 보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더 큰 목표를 보고 각계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