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시기, 마음에 꽃피울 ‘시의 향연’

(가톨릭평화신문)


시(詩)는 세상을 그리는 글이다. 가톨릭 신자 시인들이 그려낸 글은 곧 주님이 창조한 피조물을 새롭게 예찬한 작품이 되겠다. 봄과 함께 찾아온 부활시기, 이들의 작품들을 만나보자.



김형영(스테파노) 시인에게 창조의 원동력은 성경적 상상력과 직관의 힘에 있다. 그는 성경 구절 표현과 자신의 삶을 자유로이 조화시켜 작품으로 승화시켜왔다. 한국가톨릭문인회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사도행전에 표현된 스테파노의 순교를 읽고, ‘하늘을 우러러 님을 보았기에 / 자신을 괴롭히는 돌팔매를 / 온몸으로 받아낸 순교의 꽃이여’라며 노래했다. 그는 ‘화살시편’이라 이름 붙인 30여 편을 비롯해 작품 70여 편으로 삶과 신앙의 접점을 찾고 있다.



한참 고향의 추억을 반추하던 차갑부(토마스 아퀴나스) 시인은 문득 어머니에게 한 마디 부르짖는다. ‘서울 가려는 막내아들 손을 잡고 / 언제 또 올 거냐고 물으시던 어머니 / 당신은 언제 또 올 것인지 한 말씀만 하소서’라고.

2011년 등단한 시인의 문체는 섬세하다. 프라하의 밤을 올려다보며 그곳의 “성당 석탑이 하늘을 찔러 성스러운 별을 만들고 있다”고 읊고, 달리듯 흘러가는 시간을 보며 “세월은 물고기를 미끼로 사람을 낚고 있다”고 적었다. 교육학자로서 30여 년 한결같이 대학 강단에 서왔던 시인은 올해 정년을 맞았다. 그는 고향과 자연, 신앙으로 쓴 작품들로 자신의 생애를 그려내고 있다.



“아, 내 안에 노래가 있었구나!” 2001년 가톨릭평화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정주연(베로니카) 시인은 어느 날 자신의 깊은 내면에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시상이 자리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자신의 시상을 눈물과 한숨이 변해 터져 나온 ‘나의 기쁜 소리’라고 했다.

시인은 “아, 봄은 가벼워지는 것”이란다. 촉촉이 젖은 봄 씨앗의 풍경 다음, 만물이 생의 절정에 이른 여름을 지나, 차창을 때리는 낙엽의 가을에 폭신한 눈 이불 덮은 겨울에 이르기까지, 사계절이 시인의 손끝에서 더욱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