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그리스도인 향한 원로 사제의 깊은 통찰

(가톨릭평화신문)



“신앙은 인간과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합니다.”

평생 깊은 사유로 교회 가르침을 전해온 신학자 서공석(부산교구 원로사목자) 신부가 4복음서를 토대로 묵상해 집필한 새 강론집 「하느님의 생명」ㆍ「예수님의 숨결」을 펴냈다. 그리스도인과 교회 정체성 확립에 투신해온 원로 사제의 가르침이 집약된 묵상집으로, 특유의 깊이 있는 문체와 신학적 통찰이 가득 밴 책이다. 1권 「하느님의 생명」은 마태오ㆍ마르코 복음서를, 2권 「예수님의 숨결」은 루카ㆍ요한 복음서를 토대로 총 140개 주제에 달하는 강론을 담고 있다.

서 신부는 책을 통해 그리스도인 정체성을 끊임없이 바로잡는다. 그리스도인은 먹고사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 하느님을 찾는 사람이 아니다. 하느님 덕으로 능력을 얻어 뽐내며 사는 존재도 아니다. 자기 소원 성취를 위한 잣대로 복음을 해석해서도 안 되는 신분이 그리스도인이다.

서 신부는 “그리스도 신앙은 예수님이 가졌던 하느님의 시선으로 삶을 보게 한다”며 “그리스도 신앙인은 자기의 소원 성취를 하느님에게 빌지 않고, 축복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그것을 실천한다”고 밝힌다.



십계명을 기원으로 발전한 유다교의 율법은 예수님 시대에 이르러 무려 600개가 넘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안식일을 지키지 않고,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며, 가난하고 소외되고 병든 이들과 함께했다. 율법과는 어긋났던 이 모습에 유다인들은 돌을 던지고, 심판대에 세우기 급급했다. “안식일보다 사람이 먼저다”, “가장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들에게 한 것이 하느님을 위한 것이다”, “율법을 완성하러 왔다”고 누차 전했던 예수님 말씀은 유다인들 귀엔 들릴 리가 없었다.

서 신부는 예수님이 남긴 것은 하느님과 같은 모습의 ‘연대’, 그리고 ‘사랑’이었다고 전한다. 예수님처럼 이웃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갖고, 사랑을 행하신 하느님과 연대성을 사는 이가 곧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이다.

예수님은 이 같은 ‘파격’을 통해 유다교를 쇄신했다. 예수님은 몸소 예루살렘 성전을 정화함으로써 하느님이 당신을 빙자해 권위를 가진 사람들 안에만 계시지 않음을 설파했다. 예루살렘 성전이 아닌, 그리스도인들이 거행하는 성체성사 안에, 그리고 스스로를 ‘내어주고 쏟는 사람들’ 안에 하느님이 계심을 깨우치셨다.

서 신부는 예수님이 전한 ‘사랑’의 의미도 명확히 해준다. 요한 복음에 따르면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다.”(요한 4,10) 서 신부는 “하느님 아버지와 아들 예수님 사이에 흐르는 생명이 사랑이고, 예수님께 삶을 배우는 그리스도 신앙인 안에 흐르는 생명도 사랑”이라며 “따라서 신앙인으로 사는 것은 예수님으로부터 우리에게 흐르는 생명인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전한다.



두 권의 묵상집은 서 신부가 수십 년 동안 매주 복음서를 묵상해 신자들에게 전했던 강론들을 추린 글들이다. 그가 4복음서 묵상집을 낸 것도 복음에 기초한 신앙언어가 그저 독백에 그치고, 그 독백이 신의 이름으로 포장돼 독선이 돼버리는 세태에서 탈피해 모든 그리스도인이 새로운 삶, 하느님의 생명의 숨결을 전하는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간 한국 교회 신학사에 획을 그은 저서들을 펴내온 서 신부는 이번 책을 시대 감수성에 부합한 쉽고 간결한 문체와 신앙언어로 집필했다. 각기 500여 쪽에 이르는 두터운 묵상집이 술술 읽히는 이유다.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행보를 포기하지 맙시다.” 목자로서 반세기 넘는 삶을 살아온 사제의 당부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