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기도 시간 같은 노년기… 두려움의 해독제는 ‘감사’

(가톨릭평화신문)



육체와 정신이 쇠약해지는데 품격을 유지할 수 있을까? 치매에 걸린 배우자를 돌보거나, 혹은 울혈성 심부전증으로 숨을 못 쉬는 고통을 당하면서도 나이 듦을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노년기의 쇠퇴를 겪으면서도 하느님의 사랑과 영성을 체험할 수 있을까? 남은 삶의 시간을 진정으로 감사할 수 있을까?

나이 드는 것이 낯설고 두렵지 않은 이는 없다. 노년의 행복을 ‘경제적인 것’과 ‘육신의 건강’에서 찾는 요즘 세태에서, 나이 듦은 곧 소멸이자 상실, 두려움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저명한 종교 서적 출판인 프랭크 커닝햄(아베마리아 출판사 전 발행인)씨가 행복한 노년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조언을 담았다. 저자는 노년기에 이른 이들에게 남겨진 시간은 저녁 기도를 바치는 시간에 비유하면서, 지난 삶의 내적인 의미를 찾아 그 의미를 확장함으로써 내면과 평화를 위한 영성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생을 기억ㆍ친밀ㆍ쇠약ㆍ감사ㆍ수용의 다섯 가지 시선으로 바라보며 나이듦의 미학을 녹여냈다.

커닝햄씨는 삶에서 부정적인 기억은 거둬내고,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준 기억에 머물라(기억)고 제안한다. 또, 인간관계와 자연에서 느끼는 친밀함을 통해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음(친밀)을 역설한다. 건강과 일, 업적 등 자신의 모든 것이 쇠락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지녔던 완고함을 넘어 공감의 시야를 넓히도록(쇠락) 이끈다. 감사는 노년기에 점점 커지는 압박감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해독제임을 강조하며, 감사하는 습관을 들일 것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쇠락과 쇠퇴의 과정을 받아들이고 감당하는 것이야말로 노년기의 핵심적인 영성 훈련이 된다는 것(수용)을 강조한다.

분주했던 일의 세계에 벗어난 노년기에 주어지는 더 많은 자유와 여유는 상실을 감사로, 죽음을 새로운 생명으로 바꿔주는 열쇠가 될 것이다.

“노년에 이르면 어떤 특별한 일이 일어난다. 완고함은 삶의 전환기 체험을 통해 부드럽게 된다.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은 넓어진다. 마지막을 향해 갈 때 비로소 전체가 시선에 들어오게 된다. 나뭇잎들이 나무에서 떨어져 나가는 가을이 되어야 비로소 시야는 확장되고 넓은 공간을 인식할 수 있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199쪽)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