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로 멍드는 사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가톨릭평화신문)

“말(speech)이 문제와 해결 둘 다에 핵심이다”(캐서린 겔버)는 말이 있다.

한국 사회는 혐오로 멍이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혐오 사회를 살고 있다. 혐오 표현은 단순히 표현의 문제가 아니다. 공동체의 환경을 오염시키며, 피해자의 삶을 다방면으로 어렵게 만든다. 무엇보다 피해자가 차별의 언어를 내면화하게 만들며, 침묵을 강요한다. 혐오는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혐오를 주제로 다룬 책들을 묶었다.




우리 시대 혐오를 읽다 / 김진호·이찬수·김흥미리·박미숙 글 / 철수와영희

종교, 차별, 여성, 법 등을 주제로 한국사회에서 혐오 현상이 왜 심각해졌는지를 진단했다. 특정 개인과 집단에 대해 인종이나 민족, 국적, 성별 등을 이유로 행해지는 차별과 혐오 표현은 IMF 외환위기(1997년)와 금융 위기 사태(2008년)를 거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평가한다.

무한 경쟁 시대에 일상적 피로가 쌓이고, 사람들은 저마다 분노할 대상을 찾으면서 주로 사회 약자들이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난민, 성 소수자, 장애인들을 혐오함으로써 자신은 주류의 정체성을 지키고, 타인을 혐오함으로써 자신은 안전해지려는 배타성을 지적한다.

저자들은 법과 제도로 혐오 표현을 금지하고, 혐오 감정의 원천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혐오의 시대, 철학의 응답 / 유민석 지음 / 서해문집

‘혐오 표현’을 그냥 말이라고 일축하는 이들이 두고두고 읽어야 할 책이다. 혐오의 시대에 던지는 철학의 치밀한 말대꾸 같은 책이다. 부제는 ‘모욕당한 자들의 반격을 위한 언어를 찾아서’다.

동국대 철학과에서 ‘혐오 발언에 관한 담화행위론적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언어는 곧 행위’라는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혐오 표현이 왜 그냥 말이 아닌 폭력적인 행위인지를 이야기한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혐오 표현을 제지할 수 있는 대항표현을 소개한다. 혐오 발화자의 불평등한 주장을 논박하고, 종속적인 침묵 효과를 극복할 수 있는 도구를 설명했다.

저자는 말로 인한 상처는 피해자들에게 깊은 상처와 모욕감을 안겨 인간으로서의 존엄, 사회정의에 대한 그들의 확신을 공격한다고 지적한다.



혐오와 인권 / 장덕현 글·윤미숙 그림 / 풀빛

‘세계 시민 수업 시리즈’의 일곱 번째 이야기로 나온 아동 도서다. 사회에 만연한 혐오 표현을 통해 인종 혐오와 종교 혐오로 일어난 전쟁과 테러를 이야기한다. 성 정체성이 다른 성 소수자 혐오와 여성 혐오와 함께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다뤘다. ‘백인이 아니라서 받는 차별과 혐오’ ‘이슬람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들’ ‘여자는 밤늦게 돌아다니면 안 된다고요?’ 등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쉽고 재미있게 꾸몄다. 혐오의 시대에 맞서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 누구나 소수자가 될 수 있고, 개인으로 불릴 권리가 있음을 명확히 알려준다.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