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 성월에 많이 연주되는 ‘레퀴엠’은…

(가톨릭신문)


명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아마데우스’(1984)를 보면 검은 옷을 입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낯선 자가 모차르트에게 레퀴엠(Requiem) 작곡을 의뢰한다.

영화 속 모차르트는 레퀴엠을 작곡하면서 심한 심신의 압박을 느끼며 자신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움을 알아차린다. 실제로도 레퀴엠 KV 626은 모차르트의 생애 마지막 곡이자 미완성 곡이다.

이 때문인지 많은 이들이 ‘레퀴엠=죽음’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레퀴엠의 뜻은 죽음이 아니라 ‘안식’이다.

‘죽은 이들을 위한 미사’(Missa in exsequiis) 곡으로 진혼곡 또는 진혼미사곡으로 불리기도 하는 레퀴엠은 위령성월에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 중 하나다.

대표적인 전례음악이지만, 영화 ‘아마데우스’의 OST로 널리 알려진 모차르트의 레퀴엠, 슬픔보다는 아름다움을 강조한 포레의 레퀴엠 등 클래식 음악으로도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전례음악으로서 레퀴엠은 ‘죽은 이들을 위한 미사’(Missa in exsequiis) 입당송의 첫 구절 “주님, 그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Requiem aeternam dona eis Domine)의 첫 번째 단어에서 유래했다.

자비송(Kyrie), 대영광송(Gloria), 신경(Credo), 거룩하시도다(Sanctus), 찬미받으소서(Benedictus), 하느님의 어린양(Agnus Dei)으로 이뤄지는 미사 통상곡과 달리, 레퀴엠은 대영광송과 신경을 제외하고 작곡가에 따라 부속가(Sequentia-진노의 날(Dies Irae)부터 눈물의 날(Lacrimosa)까지), ‘저를 구원하소서’(Libera Me)와 ‘천국으로’(In Paradisium)를 추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레퀴엠은 초기에는 다른 교회음악과 마찬가지로 그레고리오 성가를 중심으로 작곡되다 15세기부터 그레고리오 성가 선율을 바탕으로 한 다성 레퀴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레퀴엠은 오케겜(Ockeghem)의 작품으로 1470년경에 작곡됐다.

다양한 레퀴엠이 등장하게 된 것은 17세기 이후로, 트리엔트공의회의 결정에 따라 장례 예식이 확정되면서부터다. 이 때부터 레퀴엠은 전례문에 따라 작곡됐고, 기악으로 발전하면서 독창·합창·관현악으로 이뤄진 대규모의 작품도 나타났다. 널리 알려진 모차르트, 베를리오즈, 베르디, 포레 등의 작품들은 모두 18세기 이후 작품들이다.

현대에 들어오면서 레퀴엠은 전례음악을 넘어 보다 확대된 의미를 갖게 됐다.

브람스의 ‘독일레퀴엠’, 힌데미트의 ‘레퀴엠’, 브리튼의 ‘전쟁레퀴엠’ 등은 교회의 전례음악이 아닌 연주회를 위한 곡들이다.

‘오페라의 유령’, ‘캣츠’ 로 유명한 영국의 뮤지컬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도 1985년 작고한 부친을 위해 만든 정통 클래식 곡인 ‘레퀴엠’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