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단신]「최후의 만찬」

(가톨릭신문)
정조 15년(1791년), 전라도 진산군의 선비 윤지충과 권상연이 신주를 불사르고 천주교식으로 제례를 지냈다는 이유로 완산 풍남문 앞에서 처형당한다. 두 선비는 우리나라 최초의 순교자였다.

정조는 추조적발 과정에서 윤지충의 집에서 그림 한 점이 압수됐음을 보고 받는다. 열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고 있는 그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모사본이다. 도화서 화원들은 그림을 불살라 없애라고 하지만 임금은 그림에서 조선과 연관된 원대한 꿈과 수수께끼 같은 비밀을 직감한다. 그리고 서학과 유교가 맞서는 난세의 어려움을 풀어가고자 도화서 별제 김홍도를 불러들여 그림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맡긴다.

서철원 장편소설 「최후의 만찬」은 새로운 이념·정치·종교가 조선에 밀려오기 시작한 무렵의 대격돌의 현장 속에 살아간 정조와 정약용, 윤지충과 권상연, 감찰어사 최무영, 도화서 별제 김홍도 등의 인물과 도향과 도몽, 박해무, 배손학 등의 서학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 문학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품격 높은 새로운 역사소설’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제9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유교 전통과 충돌해가며 자발적으로 천주교를 받아들인 조선의 혼란스러운 풍경은 이념과 정치, 신념과 양심이 격돌하는 지금의 모습과 겹쳐지며 어떤 인간으로 남을 지에 대한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