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고원길에서 만난 희망차고 기품있는 삶

(가톨릭평화신문)
▲ 박노해 시인의 작품 ‘세상에서 제일 높은 학교’

▲ 박노해 시인의 작품 ''포도 나무 아래서''.



열여덟 살에 봉쇄수도원에 들어가 평생을 청빈과 노동과 침묵으로 기도를 바치다 선종한 수도자. 아프리카 청나일강이 발원하는 에티오피아 타나 호수에서 장대 하나로 균형을 잡으며 나아가는 에티오피아 소년. 진창 위의 터전에서도 손수 집을 짓고 연꽃밭을 일궈온 미얀마 여인. 어떤 삶이 풍요로운 삶일까?

박노해(가스파르) 시인이 삶에 대해 묵상해 볼 수 있는 사진 전시회를 마련했다.

박 시인은 지구 상에서 가장 멀고 높고 험한 지도에도 없는 마을을 걸으며, 삶의 의미에 대해 묵상했다. 페루와 파키스탄, 수단, 인도네시아 등 세계 12개 나라를 돌며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그리고 결핍과 고난 속에서도 단순한 살림으로 풍요롭고, 단단한 내면으로 희망차고, 단아한 기품으로 눈부시게 살아가는 그들의 일상을 흑백사진 37점에 담았다. 단순함과 단단함, 단아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것이다. 박 시인은 사진뿐만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글을 통해서도 풀어냈다.

박 시인은 두 번째 사진 에세이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에도 이를 담아 냈다. 작년 10월 출간한 첫 번째 사진 에세이 「하루」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안선재(서강대 명예교수) 떼제공동체 수사가 영문으로 번역한 글도 함께 실었다.

“최고의 삶의 기술은 언제나 가장 단순한 것으로 가장 풍요로운 삶을 꽃피우는 것이니. 하여 나의 물음은 단 세 가지다. 단순한가 단단한가 단아한가. 일도 물건도 삶도 사람도. 내 희망은 단순한 것. 내 믿음은 단단한 것. 내 사랑은 단아한 것. 돌아보면 그랬다. 가난이 나를 단순하게 만들었다. 고난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고독이 나를 단아하게 만들었다. 그것들은 나를 죽이지 못했다. 나를 죽이지 못한 것들은 나를 더 푸르게 하였다. 가면 갈수록 나 살아있다.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박노해 사진 에세이 02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중)

박 시인의 사진 전시회와 사진 에세이를 통해 우리 삶은 어떠한지 한번 되돌아보는 건 어떨까?

박노해 시인의 사진전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展은 6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라 카페 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회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문의 : 02-379-1975, 라 카페 갤러리(www.racafe.kr)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