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명 시대의 기도」 펴낸 대구대교구 전헌호 신부

(가톨릭신문)

“믿음을 환상이라고 생각하나요? 기적을 바라며 기도하나요? 우리가 지금 살아 숨 쉬는 매 순간이 기적입니다. 그 순간마다 늘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고요. 그리고 우리는 기도를 통해 하느님 안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전헌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영성연구소 소장)는 날마다 엄청난 정보와 최첨단 과학문명을 누리지만, 올바른 판단을 내릴 시금석은 제대로 확보하고 있지 못한 현대인들에게 기도가 무엇인지 말해준다. 최근 펴낸 「과학문명 시대의 기도」는 기도의 정체가 무엇인지, 왜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도를 통해 무엇을 누릴 수 있는지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밝혀주는 책이다.

전 신부는 “과학과 종교의 세계를 살아가는 주체가 바로 인간이기에, 이 두 세계는 결코 별개의 세계가 될 수 없고 다른 하나가 다른 하나를 소멸시킬 수도 없다”고 말한다. 게다가 기도를 통해 더 깊어지고 환상을 체험하고 기적이 이뤄지길 바라고. 무엇보다 기복적인 ‘빌기’를 이어간다면. 그 결과는 실망하거나 허탈감을 느끼거나 혹은 신앙에서 멀어지기도 십상이라는 지적이다.

전 신부는 “사람은 지구 표면에 발붙이고 사는 실제 존재이며 여러 물리법칙은 누군가의 의지에 의해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원칙적으론 기적을 기대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기도하기 위해 자리를 잡고 앉으면 원하지 않아도 온갖 생각들이 교차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약 1천억 개의 신경세포들과 그보다 더 많은 신경교세포들로 구성된 두뇌 구조에 따르면 자연적인 것이므로 혼란스러워할 일이 아니다”라고 한다.

“기도를 위해 할 일은 그러한 현상에 대해 염려할 것이 아니라, 그대로 수용하면서 현재 이 순간에 온전히 있도록 마음을 비우는 작업입니다.” 또하 “기도는 단순히 청하거나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것만이 아니라, 흠숭하는 것이고 용서받는 것이기도 하다”면서 “최고의 기도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한다는 의식으로 그 앞에서 평안하게 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전 신부는 설명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느님에 대해 밝혀 더욱 설득력을 보인다. 그는 “하느님에 대한 관심으로 신학을 시작했지만, 그 근본에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갈증”이 있었다고 한다. 이어 “신앙생활의 핵심과제는 성화이기에 어떻게 해야 성화되는 것인지, 인간은 무엇이고 신학은 무엇을 하는 학문인지 근원적인 고찰”을 해나가는 과정을 거쳐 왔다. 특히 대구가톨릭대 신학대학장, 신학대학원장, 가톨릭사상연구소장 등을 역임하면서 인간 존재의 모든 것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며 부정적인 욕구와 감정들을 정화하는 방법에 대해 더욱 깊이 성찰해왔다.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내신 ‘내’가 늘 죄인은 아닙니다. 기도를 통해 회개하고 죄를 회복하고, 감사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누리고. 매 순간 나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 좋아하시도록 나를 관리하는 것이지요. 하느님 안에서 자기 발전을 위해 애쓰고 사랑하고 희생하는 그 모든 것이 기도이고 기적입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