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작가 9주기, 작품 세계 재조명한 서적 잇따라

(가톨릭평화신문)


박완서(정혜 엘리사벳, 1931~2011) 작가의 9주기를 맞아 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 책들이 잇따라 출간됐다.

박완서 작가는 전쟁과 가난, 성차별로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생의 가치를 지켜온 한국 문학의 어머니였다. 그는 생을 지속시키는 힘을 생기와 재미, 활기와 위엄, 품위에서 찾았다. 문학연구자 손유경씨는 “박완서는 삶이란 그저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살아내야 하는’ 과정의 연속임을 전 생애와 문학을 통해 보여줬다”고 회고한다.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문학과지성사)는 박완서 작가의 1975년 초기작 ‘도둑맞은 가난’과 ‘겨울 나들이’를 비롯해 한국전쟁을 견뎌낸 여성들의 이야기 ‘공항에서 만난 사람’(1978)과 스러져가는 생명의 안타까움을 조망한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1991) 등 10편의 중ㆍ단편소설을 담았다.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살아있음의 의미는 특권이자, 축복이다. 그가 던지는 문학적 메시지는 비극 이후의 삶은 복원(회복)되어야 하며, 회복을 통해 불완전한 인간의 삶을 더 빛나게 가꿔야 함에 있다.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작가정신)은 작가의 소설과 산문, 동화의 서문과 발문에 쓴 ‘작가의 말’ 67편을 연대순으로 실었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를 시작으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너무도 쓸쓸한 당신’,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까지 40년간 작가 인생이 함축돼있다.

정이현 소설가는 “‘작가의 말’은 지난한 집필 노동의 시간을 마무리하는 소회를 정리하는 공간”이라며 “박완서 ‘작가의 말’은 그를 닮아 하고 싶은 말을 감추지도 과장하지도 않고 담백하고 당당하고 솔직하다”는 감상을 남겼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