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향기 with CaFF] (53) 울지마 톤즈 2 : 슈크란 바바

(가톨릭평화신문)
▲ 영화 ‘울지마 톤즈 2 : 슈크란 바바’ 포스터.



10년 전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가 개봉되고 고(故)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은 이 시대에 예수님의 모습을 본 것 같다고 했다. 아프리카 오지 수단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살다 간 이태석 신부의 모습에 감동했던 것이다. 그리고 2020년, 이태석 신부의 10주기를 맞아 그의 발자취와 흔적을 되돌아보는 ‘울지마, 톤즈 2’가 개봉됐다. 1편에 다 담지 못한 지인들의 인터뷰와 이태석 신부가 생존했을 당시 찍어 두었던 영상이 함께 어우러져 80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 버린다.

이번 영화는 이태석 신부의 어릴 적 성장 과정을 담고 있다. 성당의 오르간을 마음껏 연주하기 위해 열심히 성당을 다니는 어린이 이태석도 만나고, 신부가 되기를 결심한 뒤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힘이 되겠다고 수단으로 가는 과정에서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어머니보다 고집이 센 청년 이태석의 모습도 상상하게 된다. 가난과 전쟁으로 아무런 희망이 없었던 남수단 톤즈에서 사제이자 의사, 교육자, 음악가, 그리고 건축가로서 스스로 다짐한 자신의 성소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태석 신부의 모습은 종교를 넘어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준다. 스크린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그의 삶을 바라보며 행복이란 무엇이며, 나의 삶의 방향은 제대로 가고 있는지 되묻게 된다.

이태석 신부는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성경 말씀을 항상 마음에 새기며, 톤즈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 자체가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한 것으로 보인다. 처음 톤즈에 갔을 때 말문이 막힐 정도로 문화적 충격이 컸다는 이태석 신부는 너무나도 열악한 환경과 문제점에 이유와 답을 구하는 대신 당장 눈앞에 있는 환자부터 치료하면서 하루 150명이 넘는 환자를 돌보았다고 한다.

가난한 땅 톤즈에서도 가장 소외된 한센인들. 주어진 하루를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가진 것은 없어도 감사할 줄 아는 한센인들을 진료하며 이태석 신부는 이들에게서 고귀함을 보았다고 한다. 놀라운 집중력을 가진 톤즈 아이들을 위해 음계와 음악을 가르치고 학교를 만들어 교육하기 시작한다. 영화의 부제 ‘슈크란 바바’는 2005년 남수단과 북수단의 평화협정으로 내전이 끝난 것을 기념해 이태석 신부가 만든 곡이다. 슈크란 바바는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뜻으로 영화에 이 곡을 합창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후반부 대장암 수술을 받고 항암 치료를 하면서 이태석 신부는 “하느님이 나와 함께 계시지 않은 것 같은 어두운 밤을 체험했다”고 한다. “힘든 순간마다 시련의 의미를 생각하고 고통도 삶을 변화시키는 길이라 여기며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겼다”고 동료 사제가 전하는 이야기는 크게 마음을 울린다.

이태석 신부를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영화는 개봉관이 몇 곳 되지 않아 많은 사람이 아쉬워했다. 성당 등 단체에서의 공동체 상영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더 가졌으면 좋겠다.

1월 9일 개봉


▲ 이경숙 비비안나(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장, 가톨릭영화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