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향기 with CaFF] (54) 정직한 후보

(가톨릭평화신문)
▲ 영화 ‘정직한 후보’ 포스터.



기대감으로 시사회장이 가득하다. 이미 웃을 준비를 하고 있는 분위기다. 4월로 다가온 총선으로 이미 선거 분위기가 뜨거운데 적시에 뜬 영화라서 더 관심이 많다. ‘정직’이라는 단어가 후보와 연결되니 우스운 말처럼 생각되는 코미디 같은 현실이다.

“거짓말이 제일 쉬웠어요”라는 3선 의원 주상숙(라미란)은 4선과 대선까지 꿈꾼다. 당선을 위해서라면 거짓말이 아니라 그 어떤 것도 능수능란하게 할 수 있는 야심가이다. 평범한 아파트에서 동주민들과 살갑게 지낸다. 퇴근 후 남편과 알콩달콩 운동을 하고 시어머니의 전화도 상냥하게 무릎마저 꿇고 받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후보 코스프레이고 실제는 크고 좋은 집을 상납받아 살며 부패와 비리를 마치 청량음료 마시듯 가볍게 행한다.

하지만 그랬던 그녀가 우여곡절 숨어 사는 할머니의 간절한 소원으로 거짓말을 못 하게 된 것이다. 입만 열면 터져 나오는 솔직한 말로 자신은 물론 주변을 당황하게 한다. 하지만 시민들은 오히려 핵 사이다 발언에 열광하게 되고 그녀의 정치 콘셉트는 정직한 후보 이미지로 갈아탄다.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진실인가? 세련으로 치장된 거짓인가? ‘불편한 진실’이라는 말처럼 진실은 우리를 불편하게 하고 힘들게도 한다. 때로 진실이 폭로적인 태도로 고발될 때는 하는 이도 받는 이도 상처가 된다. 그래서인지 유튜브에는 세련되고 우아하게 자신을 포장하는 강연이 많다. 손해 보지 않으면서 자신의 목적을 얻게 하는 것들이다. 사회적 가치가 보편적 절대 가치를 뛰어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약하다. 이 사람은 이면이 약하고 저 사람은 저면이 약하다. 진실을 직면할 힘이 있으면 좋지만 어려운 분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거짓을 살거나 자신을 포장하는 것으로 상황을 덮는 것은 문제를 회피하는 일이다.

어떻게 다가설 것인가? ‘불편한 진실’이라는 말처럼 ‘겸손한 진실’, ‘정중한 진실’, ‘세련된 진실’로 다가가는 것은 어떨까? 나도 약하고 너도 약함을 인정하며 소박하고 단순하고 겸손하게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것이다. 솔직하고 진솔한 말이 작고 큰 감동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마음과 태도를 가꾸는 일. 좋은 말이 웃음거리가 되는 것은 슬픈 일이고 서글픈 사회상이다.

선거철이 되면 바쁘게 후보들에게 에티켓을 가르치는 분이 계시다. 세련된 매너와 정중함, 당당함 등. 태도도 좋지만, 유권자를 소중히 대하고 진실을 나누며 지킬 공약을 펼치는 진솔한 마음이 어느 때보다 그립다.

“불의를 뿌리 뽑을 능력이 없으면 판관이 되려고 애쓰지 마라. 그러지 않으면 네가 권력가의 편을 들고 네 정직함에 손상을 입게 되리라.”(집회 7,6)

12일 개봉


▲ 손옥경 수녀(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