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속에 꽃피는 믿음·희망… 우리를 위로하는 고전 명작

(가톨릭평화신문)
▲ 가톨릭 고전 명작에는 고통과 좌절 속에서 피워올린 신앙의 정수가 녹아있다. 성 바오로딸 수도회는 2008년부터 ‘다시 읽고 싶은 명작’ 시리즈를 기획해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혀온 작품들을 새롭게 선보였다. 백영민 기자



박해, 재난, 체포, 흑사병, 멸시…. 참다운 인간애와 보편적 사랑은 이같이 인간의 삶이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할 때 빛을 발한다. 코로나19로 육체적ㆍ정신적ㆍ영적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위로가 될 만한 고전 명작(바오로딸 출간)을 소개한다. 고전 명작들은 하나같이 “하느님은 고통의 순간에 어디 계신가?”라는 삶의 질문을 아름답고 깊은 문체로 담아내고 있다.



천국의 열쇠 / A.J.크로닌 / 이승우 옮김

1941년 초판이 나온 이래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A.J.크로닌의 역작. 주인공 프랜시스 치점은 고아로 성장했지만 해맑은 영혼을 지닌 사제로 성장한다. 이상주의적이고 자유분방한 치점 신부는 보수적인 성직자들과 마찰을 일으키고, 중국의 선교사로 파견된다. 중국 황허 유역의 벽지인 파이탄에 부임한 치점 신부는 척박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진실하고 성실한 모습으로 중국인들에게 그리스도교 신앙이 스며들게 한다. 파이탄에 흑사병이 퍼져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자, 치점 신부는 구호소를 운영하며 재난에 대처한다. 치점 신부는 35년간 중국에서 온갖 오해와 멸시를 받으면서도 사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한다. 이광복(프란치스코) 소설가는 “이 작품에는 우리네 평범한 인간에게 던져주는 따뜻한 위안이 있다”고 평했다.



칠층산 / 토머스 머튼 / 정진석 추기경 옮김

침묵과 고독, 자연 속에서 기도하고 관상하며 하느님께 나아간 영성가 토머스 머튼(1915~1968)의 자전적 일기. ‘20세기판 성 아우구스티노의 고백록’이라고 불린다. 1948년 책이 출판된 이래 전 세계 거의 모든 언어로 번역됐다. 방황하는 인간의 고뇌와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를 담아낸 아름다운 문학작품이다. 토머스 머튼 수사가 트라피스트 수도회 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날카롭게 분석했다. 그를 가로막았던 유혹과 장애, 좌절 속에서 방황했던 어둠과 수도원에서의 황홀한 내적 삶이 교차한다.



침묵 / 엔도 슈사쿠 / 김윤성 옮김

17세기 일본 규슈 나가사키 지방에서 일어난 박해를 배경으로, 포르투갈인 예수회 선교사 세바스티안 로드리고 신부가 숨어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체포돼 배교하기까지의 고뇌와 고통을 그렸다. 신앙을 버려야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인간이 느끼는 심리 묘사가 뛰어나다. 동양의 일본 문화와 서양의 그리스도교 문화의 미묘한 대립을 비롯해 일본의 박해 상황을 진지하고 생동감 있게 그렸다.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여러 번 거론됐던 엔도 슈사쿠는 종교와 인간에 대한 성찰이 녹아있는 작품들을 주로 써왔다.



영원한 것을 / 나가이 다카시 / 이승우 옮김

제2차 세계대전 때 원자폭탄으로 폐허가 된 일본 나가사키. 잿더미에서 영원한 것을 찾아 헤매는 나가이 다카시의 자전적 소설로 자신의 삶을 담아냈다. 주인공 류우키치는 물리학 방사능 연구로 백혈병에 걸리게 되고, 원자폭탄으로 아내와 친구, 제자와 재산을 몽땅 잃는다. 폐허의 벌판에서 병든 몸과 어린 자녀들만 그의 곁에 남는데…. 그러나 그는 모든 것은 변해도 하느님 말씀은 영원하다는 진리를 깨닫고, 잿더미 위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한다. 인간으로서 겪는 극한 고통에서 하느님을 향한 믿음에 희망이 있음을 가르친다. 저자 나가이 다카시(바오로, 1908~1951) 의학박사는 1945년 원폭으로 아내를 잃고 부상을 당했지만, 피폭자들을 돌보며 원폭의 폐해를 연구했다.



나를 이끄시는 분 / 월터 J.취제크 / 성찬성 옮김

23년간 러시아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와 감옥에서 지냈던 월터 취제크(1904~1984, 미국 예수회) 신부가 생사의 기로에서 경험한 하느님의 사랑을 기록했다. 러시아에 하느님 말씀을 전하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1940년 이주 노동자로 위장해 러시아에 잠입했지만, 신분이 발각돼 체포됐다. 그는 독방 감옥에서 5년간 장기 취조를 받고, 15년간 강제수용소에서 극한의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며 강제노동을 했다. 수도회는 그를 사망자 명단에 올리고 장례미사를 봉헌한다. 동료 사제들의 기억에서조차 사라지고 있을 무렵, 1963년에 돌연 귀국해 「러시아에서 그분과 함께」를 출간했다. 취제크 신부는 살아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하느님 섭리 덕분”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에서 혹독한 세월 동안 자신을 지켜준 하느님 사랑과 일치의 체험을 깊이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펴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