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종교를 알아야 일본이 보인다」 펴낸 최현민 수녀

(가톨릭신문)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진정한 사과를 외면하고, 매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일본인의 행태를 재차 경험하며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있는 일본은 한국인에게 가깝고도 먼 나라다. 하지만 두 나라의 운명은 깊이 연결돼 있기에 비판만하고 외면하고 넘어가는 것은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종교대화 씨튼연구원장 최현민 수녀(사랑의 씨튼 수녀회)는 “한·중·일의 운명은 서로 깊이 연결돼 있기에 진정한 동아시아의 평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일본, 중국과 함께 평화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한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먼저 할 일은 일본을 제대로 아는 것이다. 최 수녀가 권하는 방법은 종교적 접근이다. 그는 “종교는 인간의 가장 깊은 심층을 다루기에 그 종교가 숨 쉬고 있는 문화의 중심적 가치와 결코 무관할 수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일본 종교를 알아야 일본이 보인다」(424쪽/2만3000원/자유문고)를 통해 일본 종교를 살피며 일본인과 일본의 기저에 깔린 문화를 짚어낸다. 책은 일본의 신도사상부터 현대 일본 신종교에 이르기까지 일본 종교 전반을 개괄적으로 다룬다.

일본 종교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신도’(神道)다. 일본 문화청에서 출판한 종교연감에서는 ‘신도란 일본 민족의 고유한 신인 가미 및 신령에 관련된 신념을 기반으로 발생 전개돼 온 것을 총칭한다’고 정의한다. 최 수녀는 “일본인은 사람이든 자연이든 범상치 않은 능력을 지닌 존재를 가미로 일컬어 왔으며, 이를 믿는 것이 가미 신앙이다”라며 “추상적이고 초월적인 신을 숭배하기보다 인간에게 친숙하고 현실적인 가미를 더 선호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가미는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기에 선한 것 뿐 아니라 악하고 괴이한 것까지 그 능력에 포함된다. 최 수녀는 “악조차도 가미에 의해 이뤄진다는 일본인들의 선악관은 종교적 차원을 넘어 일본인들의 현실적 삶에도 깊은 영향을 주며, 이는 일본인들이 자신이 저지른 일들에 대해 책임을 지기보다 가미에 의한 것으로 해석하게 된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일본 종교의 또 하나의 특징은 ‘토착화’다. 최현민 수녀는 책을 통해 ‘불교의 일본화’, ‘유교의 일본화‘에 대해 상세히 풀어냈다.

최 수녀는 “어떠한 외래 종교도 일본에 들어가면 일본화되는 것이 특징”이라며 “초월적인 것을 추구하는 성리학은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원시유교로 돌아가자는 ‘고학’으로 변형됐으며 일본의 고유한 고도를 이상으로 삼는 ‘국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외래종교를 얼마만큼 토착화했는지 물어야 한다”며 “그리스도교 역시 서양의 사유들을 그대로 가져올 것이 아니라 언어 등에 있어서 우리 문화에 맞게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수녀가 일본종교에 관한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동아시아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사랑과 평화라는 하느님의 가르침을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본인을 ‘일본놈’이라고 부르는 것에 익숙해요. 그만큼 역사적인 이유로 많은 앙금이 쌓여있기 때문일 거예요. 하지만 얽힌 것을 그대로 둘 것이 아니라 실마리를 찾아서 한 올 한 올 풀어가는 것이 바로 평화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더욱이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런 노력을 위해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요.”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