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자유로워지기로 했다」

(가톨릭신문)
“아내와 아이들에게 다시는 음주나 흡연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그것을 어겨서 미안한 마음이에요.”

“친척 집이 화재로 잿더미가 돼서 몇 주 동안 친척 집을 도와줬어요. 그런데 이제는 계속 그럴 수 없게 됐어요. 힘든 그들을 모른 척하고 내 일만 하자니 죄책감이 듭니다.”

“2003년 지하철 참사 사건에서 생존했지만, 이렇게 잘 먹고 잘 살아도 되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울 때가 많아요.”

죄책감이 생기는 이유는 다양하다. 내가 한 어떤 것 때문에, 어떤 사람을 충분히 돕지 않은 것 때문에 혹은 자신만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는 죄책감을 느낀다.

죄책감은 잘못했을 때 느끼는 불쾌한 감정이다.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했거나, 반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지 않았을 때 이러한 감정이 생긴다. 이때 고뇌, 비탄, 괴로움 등이 따라온다. 그리고 죄책감과 이 감정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사목 상담과 영적 지도를 공부해온 문종원 신부는 “죄책감은 너무도 널리 퍼져있고 어느 면으로는 삶에서 불쾌한 요소를 지니고 있기에, 죄책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죄책감을 알아야 이를 제거할지 받아들여야 할지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신부가 쓴 「나는 오늘 자유로워지기로 했다」는 죄책감의 뿌리와 그 속성을 낱낱이 파헤친 책이다. 분노나 두려움, 후회, 수치심 등 주변 감정들과 관계를 통해 내 안에 자리하고 있는 어둠을 직면하고 죄책감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사회규범이나 관습을 배운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지 않았을 때 죄책감을 느낀다. 문 신부는 “죄책감은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다만 그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나 문화적 차이에 따라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 약간 다르다”고 설명한다.

죄책감은 모든 사람이 느끼는 정상적인 감정이기에 잘 다루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책에서 제시하는 죄책감을 해결하는 방법은 ‘드러내기’다. 문 신부는 “죄책감은 감추고 싶어 하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치유가 아주 힘들다”며 “반면 일단 드러내기만 하면 죄책감처럼 치유가 확실한 것도 드물다”고 전했다.

과거의 일로 죄책감에 싸여 있다면 대화를 통해 자신이 지닌 감정을 나누고 용서받거나 용서할 때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죄책감을 자신의 패턴을 바꾸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문 신부는 조언한다.

아울러 죄책감의 심리적 해결 기법으로 ‘책임 비율 정하기’, ‘죄책감을 해결하는 심리적 3단계 과정’, ‘죄책감의 심리적 치유 방식 5단계’, ‘게슈탈트 의자 기법’, ‘거짓 죄책감 덜어내기’ 등을 소개한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