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사제생활 일화로 풀어낸 일곱 성사

(가톨릭평화신문)







반세기 사제생활에 빛나는 임덕일(서울대교구 원로사목자) 신부가 가톨릭교회 일곱 성사의 은총을 깊고도 유쾌하게 풀어낸 「성사 안에 숨어있는 사랑」을 펴냈다.

성사는 하느님께서 하시는 은총의 일이다. 거룩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이지 않는 은총을 인간에게 부여해 주시는 표지다. 그리스도인에겐 얼마나 큰 은혜인가. 올해 사제수품 50주년 금경축을 맞은 임 신부는 성경과 함께 다양한 교회 가르침을 접목해 알기 쉽게 설명했다. 50년간 사목하며 여러 자리에서 설파해온 성사의 은총론이 집약돼 있다.

어느 날 고 김수환 추기경은 기차 여행 중에 ‘삶이란 무엇인가?’하고 묵상하고 있었다. 그때 멀리서 “삶은 계란이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 삶은 계란이구나!’ 겉으로는 죽은 듯 보이는 딱딱한 알이 어미 닭의 따스한 품에서 기운을 얻어 죽음에서 깨어나 영원한 생명으로 탄생하는 신비로운 사건. 임 신부는 이처럼 우리 삶은 세례를 통해 정화되고, 또 영원한 하느님의 생명을 얻는 일임을 풀어내고 있다.

임 신부가 50년 사제생활 동안 겪은 크고 작은 일화들도 성사의 의미를 더해준다. 술자리에서 꼬부라진 혀로 “당신, 가짜 신부 아냐?” 하던 술꾼 형제가 그때 임 신부와 인연으로 세례를 받고 본당 사목회장까지 지낸 사연. 본당 견진 교리교육 때 한 여학생이 기발하게도 성령을 자동차에 비유해 발표했던 일화 등은 성사의 이해를 더욱 돕는다. 차에 몸을 맡기면 앞으로 나아가고, 어두운 밤길마저 안전하게 비춰주듯 성령은 우리 삶을 인도하는 은총의 주체이다.

일곱 성사 가운데 그리스도인 삶 전체의 중심이며 절정을 이루는 것이 성체성사다. 예수님께서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고 하셨듯이 우리는 매일 생명의 빵을 먹고 현존하는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는 특은을 입는다.

저자는 “성사의 은총은 결국 ‘하느님 사랑’으로 귀결된다”고 밝힌다. 임 신부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먼저 사랑하시어 외아들 예수님을 보내주셨고, 그 사랑은 절대 불변 속에 현존하는 그분을 통해 지금까지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이는 하느님이신 예수님을 보내주시어 보이지 않는 당신을 사랑하도록 이끌어주셨으니, 우리는 일치와 희생, 용서로 이뤄진 사랑의 마음을 이웃, 자연과 나누자”고 당부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