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바오로 사도의 신학과 영성」

(가톨릭신문)
바오로는 유다인이면서 비유다계 문화 안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국제적 인물로서, 다양한 문화를 직접 체험한 사람이었다. 믿는 이는 누구나 하느님이 사랑받는 자녀라는 보편적 사랑의 메시지를 온 세계에 전한 첫 신약성경 저자인 동시에 비유다 세계에 복음을 전한 첫 이방인의 사도였던 것이다. 따라서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보편적 사랑의 사명이 그리스도교 역사 안에서 큰 걸음을 하게 된 데에는 이방인의 사도 바오로의 역할이 컸다.

성 바오로 딸 수도회 민남현 수녀는 “그리스도인들은 바오로 사도에게 영원한 사랑의 빚을 졌다”고 말한다. 바오로가 하느님의 참얼굴을 비춰 줌으로써, 그분이 모든 이를 구원하는 사랑의 주님이심을 깨닫게 해줬기 때문이다. 부활하신 예수님에게 위임받은 복음 선포의 보편적 사명을 충실하게 수행한 바오로 사도. 민 수녀가 쓴 「성 바오로 사도의 신학과 영성」을 통해 바오로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순간부터 그에게 일어난 내적 변화와 사도적 삶을 살펴볼 수 있다.

바오로가 그리스도인의 박해자에서 이방인의 사도로 새롭게 태어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사건은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 맞닥뜨린 빛의 체험이다. 바오로는 자신의 서간에서 이 빛의 체험을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로 묘사하지 않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갈라 1,11-17)라는 신학적 언어를 사용해 사건의 핵심만을 간결하게 언급한다. 저자는 바오로 생애의 핵심 사건인 빛의 체험으로 책을 시작한다. 빛의 체험에 대해 사도행전이 전하는 세 개의 본문을 살펴본 후, 바오로가 자신의 서간에서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는지 설명한다. 이어 바오로의 회심과 사도적 신원의식, 복음 선포 사명도 순차적으로 살핀다.

바오로 사도에게 가장 중요한 주제였던 복음은 신약성경에 어떻게 쓰였을까. 바오로 서간 곳곳에서 드러나는 그의 복음 선포에 대한 사명의식을 살핀 저자는 “바오로가 전하는 복음의 핵심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그리스도께서 인간을 죄에서 구원하기 위해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사랑의 행위다”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멈추어 생각하기’ 코너를 통해 ‘나에게 복음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생각하길 권한다. 이 밖에 세례의 의미, 성령의 역할, 사랑의 의미, 자유의 의미, 그리스도의 부활 등 바오로가 전한 신학적 가르침도 2장에서 다룬다. 끝으로 3장에서는 그리스도께 동화된 바오로의 영성을 살피며 ‘그리스도를 닮은 바오로’의 삶을 통해 나의 신앙을 돌아보길 권한다.

민 수녀는 “원고를 마무리하면서 얻은 답은 바오로가 진정한 사랑의 대상인 주님을 찾았고 그 사랑에 온 존재를 투신한 열정이 그를 가장 그답게 살게 한 비결이라는 것”이라며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해 온 존재를 봉헌한 바오로의 삶에서 자극을 받으며 내 삶의 방향과 내용을 다시 한 번 성찰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