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자 위한 지침서

(가톨릭평화신문)



알코올 중독은 질병이다. 의지가 나약해 술을 끊지 못하는 게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병에 걸렸기 때문이다. 질병은 치료로 회복된다.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고 있던 허근(서울대교구 단중독사목위원회 위원장) 신부는 알코올 중독자 사목을 하다가 세상을 떠난 외국인 신부의 장례식에서 이 신부를 뒤이어 알코올 중독자 사목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난 허 신부는 자신처럼 알코올 중독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사제 생활을 봉헌하기로 마음먹는다.

1999년 9월, 서울대교구 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소장 허근 신부)가 출범한 이래 지금까지 2만 1400여 명의 알코올 중독증 환자가 센터에서 치료를 받았다. 상담을 요청해온 이들만 5만 8000여 명이다.
 

2002년에 출간한 이후 18년 만에 개정증보판이 나왔다. 알코올 중독으로 힘들어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침서다. 이성으로 술을 통제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버린 사람들, 의지의 문제가 아닌 질병의 문제를 짊어지게 된 사람들에게는 알코올 중독이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알코올 중독의 정의와 폐해, 알코올 중독자들과의 만남, 알코올 중독자를 위한 가족의 역할, 진정한 회복을 향한 여정을 담아냈다. 부록으로 알코올 중독 자기 진단 검사를 실었다.
 

허 신부는 시작하는 글에서 “단주는 인간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함께해 주셔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실감한다”면서 “알코올 중독 회복에서 절실히 필요한 것은 중독자 스스로 자신을 하느님께 온전히 맡기는 겸손인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허 신부는 2000년 미국 버나딘대학교에서 ‘회복 중인 알코올 중독자들을 위한 영적인 치유 서비스 및 효과적인 영적 성장 프로그램’을 주제로 박사 학위 논문을 썼으며, 저서로 「그때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 「나는 알코올 중독자」등이 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