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으로 세상 비추는 여류 문인들

(가톨릭평화신문)



여성 문인들의 신앙을 담은 수필집이 잇따라 출간됐다. 지난해 팔순을 맞은 안영(실비아) 소설가가 문학과 신앙으로 지탱해온 삶을 녹여낸 「나의 문학, 나의 신앙」을 펴냈다. 다른 한 권은 고 성찬경(요한 사도) 시인의 아내 이명환(요한나) 수필가가 출간한 「겨울 나그네」다.
 

「나의 문학, 나의 신앙」은 안영 소설가의 여섯 번째 수필집. 반세기 넘게 삶의 버팀목이 되어준 문학과 신앙에 기대어 문학인ㆍ신앙인으로서의 삶을 정리했다. ‘문학과 함께’, ‘신앙과 함께’, ‘고향, 그리고 가족’, ‘독일 여행기’ 등 4장으로 구성했다. 문학이 베풀어준 행복, 사랑하는 손자 첫영성체 날, 선교의 즐거움 등 삶의 소소한 행복이 넘친다. 팔십 년 가까이 쌓아온 삶의 궤적과 추억이 차분하고 깨끗한 문장에 담겼다.
 

1965년 등단하면서 전남여고를 시작으로 네 군데의 여고 국어교사로 살았던 그는 교정에서 여고생들과 문학을 이야기하는 낙으로 살았다. 틈틈이 성경공부를 하며 글 봉사도 했다. 그는 스스로 “문단이라는 거대한 정원 가장자리에 피어난 한 송이 풀꽃”이라고 칭하며, “그저 누군가의 영혼에 작은 기쁨과 위로를 줄 수 있는 맑은 샘물이기를, 향긋한 풀꽃이기를 소망하며 문학에 임했다”고 고백한다.
 

「겨울 나그네」는 이명환 수필가의 전작인 「지상의 나그네」(2005),「나그네의 축제」(2013)에 이은 나그네 삼부작의 완결판이다. 나이 팔순에 선보이는 세 번째 수필집이다. 수필은 춘(春)ㆍ하(夏)ㆍ추(秋)ㆍ동(冬)으로 구성했다. 성찬경 시인과의 인연, 신혼집이었던 서울 응암동 수재민 주택단지 풍경 등 이 수필가의 삶을 차지해온 풍경과 사람을 그렸다.
 

남편이 남기고 간 물건과 작품을 정리하면서 ‘그동안 남편을 너무 의지하고 살아왔구나, 성가셨겠어’ 하면서도, 과분한 사랑에 감사한 마음이 들다가도 먼저 떠난 남편이 매정하게 느껴진다. 저자는 지난날의 정거장 구실을 해온 남편의 시를 들여다보며, 내 이야기를 찾아 끄적거리며 지냈다고 털어놓는다. 먼저 남편을 떠나 보내고, 남겨진 이의 감정을 거르지 않고 묵직하게 담아냈다.
 

음악가인 차남 성기선씨는 이번 수필집을 “아버지 시 주제에 의한 어머니의 문학적인 변주곡”이라고 설명한다. 정연희 소설가는 추천사에서 “부군인 고 송운(松韻) 성찬경 시인의 시에는 영혼의 미세한 실핏줄이 시인의 그리움을 타고, 알아볼 사람에게만 드러나는 애절함이 있고 그 애절함을, 명환은 송운을 떠나보내고 산문을 곁들여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 올린다”고 썼다. 이어 “자신에게 정직하고 진솔한 영혼의 고백이면서 때로는 사막의 교부에서나 만날 수 있는 묵상의 속삭임으로 남겨진 이야기들”이라고 덧붙였다.
 

이화여대 문리대를 졸업한 저자는 2000년 「한국수필」에 겨울 이야기로 등단했다. 고 성찬경 시인 사이에 4남 1녀를 두었다. 그 중 넷째 아들이 성기헌 신부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