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던 참된 삶의 의미, 수도자의 삶 보며 되찾자

(가톨릭평화신문)
▲ 영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의 한 장면(왼쪽)과 영화 포스터.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것에서 더 엄격하게 가난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그리스도의 풍요로움을 나누기 원한다면 그분의 가난을 본받아야 하기 때문이다”(카르투시오회 헌장 3-3)

경북 상주에 있는 아시아 유일의 카르투시오 수도원에서 살아가는 수도자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감독 김동일 브루노)가 19일 극장 개봉한다. 지난해 12월 KBS에서 방영됐던 ‘세상 끝의 집 -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3부작)’의 극장판이다. 영화에는 TV 시리즈에 없는 겨울 장면과 성탄절 풍경을 추가해 수도원의 사계절을 담았다.

평생 침묵과 고독, 스스로 선택한 가난의 삶을 살아가는 11명의 수도자가 전하는 울림은 묵직하다. 세상과 소통이 차단된 한 평 독방에서 하루 한 끼만 식사하고 기도한다. 자발적 가난 속에서 오직 침묵과 노동만이 허락된다. 하느님께 모든 것을 봉헌한 수도자들은 죽어서도 수도원에 묻힌다. 영화는 봉쇄 수도자들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김동일 감독은 2018년 카르투시오 수도원을 알게 됐다. 촬영 요청을 했지만 수도원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고민하던 김 감독에게 한 지인이 초대 안동교구장인 두봉 주교를 찾아가 보라고 조언했다. 김 감독은 수도원과 인연이 있던 두봉 주교와 함께 수도원 문을 다시 두드렸다. “세상의 선입견에 갇힌 수도승의 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평범한 사람들로서의 수도자들의 모습을 담고 싶습니다.”

어렵게 허락을 받아낸 김 감독은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8개월간 수도원에서 수도자처럼 살았다. 수도자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고요하면서도 아름다운 수도원의 풍경, 수도자들의 겸손하고 소박한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았다. 촬영이 끝난 후 김 감독은 카르투시오 수도회 창설자 성 브루노를 따라 ‘브루노’라는 세례명으로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났다.

그는 “앞으로 살면서 여러 유혹에 빠질 때마다 카르투시오 수도원과 수도자들을 떠올리며 양심을 돌아보게 될 것”이라며 “촬영을 다 마치고 수도원을 떠날 때 수도자들로부터 언제나 수도원을 방문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늘 한곳에 머물러있는 친구들을 얻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세속과 담을 쌓고 엄격한 침묵과 고독 속에서 사는 카르투시오 수도자들의 삶이 그들 자신은 물론, 수도원 밖의 세상에 대해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지 살펴보려 했다”며 “영화를 통해 공허한 말들의 성찬 속에서, 끝없이 부딪히는 일상의 욕망과 번뇌 사이에서, 우리가 잊고 있는 참된 삶의 의미와 지향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상과 가장 멀리 떨어진 한 평 독방 안에서 세상과 사람들을 위해 끝없이 기도하며 눈물 흘리는 수도자들. 하느님과 세상을 향한 그들의 사랑은 코로나19 속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특별한 위로를 건넨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