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성 요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영성 뿌리가 되다

(가톨릭평화신문)




관상ㆍ영성서적 전문 출판사 ‘게쎄마니’ 서한규(시몬) 대표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사랑한 십자가의 성 요한」을 펴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48년에 성 토마스 아퀴나스 교황청립 대학교(안젤리쿰)에서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을 우리말로 옮긴 번역서다.

“십자가의 성 요한의 작품들은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이 어려움을 느끼지요. 이 책을 통해 친근한 옆집 할아버지 이미지였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면모를 새롭게 발견하실 겁니다. 십자가의 성 요한의 가르침을 쉽게 이해해 하느님께 나아가는 지름길로 갈아타시기를 바랍니다.”

게쎄마니는 1인 출판사다. 서 대표가 번역부터 출간, 배송까지 혼자 다 한다. 출판사를 차린 지 15년, 거의 한 해에 한 권의 책을 출간했다. 십자가의 성 요한에 빠져 그와 관련된 역서만 6권째 출간했다. 뛰어난 신학자이자 영성가였던 교황은 이번 책에서 십자가의 성 요한이 가르치는 믿음에 대한 명석하고도 철저한 분석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우리가 하느님께 가는 유일한 수단은 믿음이라는 것이 성 요한의 가르침입니다. 교황님은 하느님과 유사성이 없는 인간의 지성이 하느님과 합일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제시합니다. 우리의 지성은 하느님과 닮은 게 없어서 하느님을 모릅니다.”

서 대표는 “인간의 능력인 지성과 의지, 기억이 있는데 이것들이 대신덕(신덕ㆍ애덕ㆍ망덕)과 연결된다”면서 “그러나 대신덕은 우리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초본성적ㆍ초자연적 은총”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하느님과의 유사성, 하느님과의 합일, 믿음과 지성의 관계, 믿음의 특성 중에서도 어두운 특성에 대해 긴 지면을 할애했다. 교황은 젊은 시절부터 성 요한을 공부하는 모임을 만들 정도로 성 요한에 빠져 살았다.

“교황님은 관상가이자 개혁가이면서 재능 있는 신학자로 38살에 주교가 되고, 47살에 추기경이 되셨어요. 출세가도를 달린 분이시죠. 십자가의 성 요한에 깊이 이끌린 젊은 카롤 보이티와(성 요한 바오로 2세 본명)는 성인의 책을 읽고 하느님과의 합일의 길에 들어섰을 것입니다. 성 요한을 통해 굳은 믿음으로 하느님께 나아가고 감미로운 사랑으로 하느님을 만나고자 했을 것이며, 궁극적인 희망으로 하느님 나라를 그렸을 겁니다. 이것은 교황님의 생애 동안 지속된 영성의 깊은 뿌리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는 신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가르멜 재속회원으로 틈만 나면 신학교 도서관을 다니며 1500여 권의 신학 서적을 섭렵했다. 서 대표는 “번역하는 일이 무척 힘들지만 가장 행복하기도 하다”면서 “번역을 하면서 성인의 통공을 깊이 느꼈다”고 털어놨다.

서 대표는 “책이 잘 안 팔리지만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책을 꼭 필요한 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번역하는 일이 의미 있다”면서 “자기 자신을 잘 정화해 하느님을 사랑하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것이 “곧 교황님의 원의일 것”이라고 했다.

윤주현(가르멜수도회 인천 수도원) 신부는 추천사에서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서적을 번역, 출간하며 한국 교회에 필요한 소중한 학문적, 영적 열매를 나눠주신 훌륭한 번역가”라며 “이 책이 한국 교회에 널리 보급되어 교회의 발전에 좋은 밑거름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사랑한 십자가의 성 요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지음 /

서한규 옮김 / 게쎄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