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

(가톨릭신문)

평생 정해진 시간에만 대화하고 사랑하는 이들과 술 한잔 기울이지 못해도 행복할 수 있을까. 11월 19일 개봉하는 영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감독 김동일)는 봉쇄구역을 떠나지 않고 엄격한 카르투시오 헌장을 따라 살아가는 수도자들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영화에서는 세상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이들의 사랑과 기도가 펼쳐진다.

▶관련기사 21면


아시아 유일의 카르투시오 수도원인 경북 상주 수도원에는 수도자들 11명이 살고 있다. 한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크로아티아 출신 종신수사 6명과 국내외 국적 평수사 등이다.

수도자들은 평생 세상과 담을 쌓고 혹독한 삶을 살아간다. 이들은 “하느님 뜻에 유순한 마음으로 자신을 의탁하라”는 카르투시오 헌장(27-7)을 지키며 평생 독방에서 생활한다. 정해진 시간 외에는 대화가 금지되고, 식사도 하루 한 끼로 제한된다. 고독과 침묵을 기도로 이겨내며 죽어서도 가족에게 돌아가지 않겠다는 서약을 한 이들만 수도원에 남을 수 있다. 가족들과의 만남은 매년 딱 이틀만 허락되지만 그마저도 수도원 안에서만 가능하며, 식사와 숙박은 같이 할 수 없다.

96분 내내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수도자들의 삶은 관객을 잠재울 만큼 고요하고 잔잔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예민하고 다소 괴팍한 인간 본성을 잠재우는 평온함이 있다.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평소보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영화는 지난해 12월 방영한 3부작 다큐멘터리 ‘세상 끝의 집-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을 극장용으로 재편집한 것이다. 영화는 기존 방송에는 빠진 겨울 이야기를 추가해 사계절 수도자들의 삶을 완성했다.


영화 촬영 후 세례를 받았다는 김동일(브루노) 감독은 지난 11월 3일 서울 자양동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수도자들과 함께한 8개월간의 촬영이 “참 행복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마음이 불안할 때면 수도자들 모습과 그들과 나눈 이야기를 수시로 떠올린다”며 “언제나 같은 곳에서 기도하고 있는 가장 좋은 친구들이 생겼다”고 밝혔다.

“저는 ‘보이는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라는 카르투시오회 헌장(33-4)을 제일 좋아해요. 서로 혐오하기보다는 배려하고 사랑하며 평화로웠으면 좋겠습니다.”

1084년 성 브루노(1032?~1101)가 설립한 카르투시오 수도회는 1000년 동안 외부에 공개되지 않다가 2005년 다큐멘터리 ‘위대한 침묵’을 통해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국내에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요청으로 경북 상주에 아시아 유일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 분원이 설립됐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