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1898 첫 원로작가 초대전

(가톨릭신문)

갤러리1898(관장 고승현 수녀)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원로작가 초대전을 개최한다. 주인공은 시대를 앞서가는 작가, 이정지(루치아·79) 화백. 오랜 시간 추상 작업을 하며 새로움을 추구해 온 이 화백은 12월 2~7일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제1~3전시실에서 전시를 연다.

이번 전시 주제는 ‘거룩함과 아름다움’이다. ‘종교와 아름다움은 결국 만나게 된다’는 모토로 그림을 그려 온 이 화백의 작품 세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주제다. 이 화백이 표현해 내는 아름다움은 한눈에 보이는 미(美)가 아니다. “꽃을 그린 적은 있지만 작품으로 내보낸 적은 없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단순한 아름다움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움을 추구해 왔다. 다만 ‘성스러움’과 ‘아름다움’을 고수해야 한다는 원칙은 지켰다.

전시는 세 부분으로 구성했다. 제1전시실에서는 성인을 모시는 공간으로서 관련 작품을 만나 볼 수 있으며, 제2전시실에는 대작을 위주로 전시한다. 마지막 전시실은 묵상공간으로 색다르게 꾸민다.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이 주를 이룰 예정이며, 작가가 나름대로 한국적인 방법으로 묵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관람객들이 어떤 자세로든 오랜 시간 머무르며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를 묵상하는 등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곳이다.

전시 작품은 그동안 공간 제약 상 발표하지 못했던 작품을 포함해 총 50점 정도. 작품에는 그동안 추상으로서 성(聖)미술을 보여주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해 온 그의 손길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 화백은 추상 회화에 대해 “아주 쉽게 본 대로 느낀 대로 감상하면 된다”며 “형식이 없는 추상 안에 들어가서 놀면 된다”고 쉽게 설명했다.

“‘이 작품에서 뭘 느끼십니까?’라고 물어보고 싶어요. 여러분들이 말하는 대로 저는 받아들일 거예요. 추상은 자유거든요. 쉽게 풀어가고 싶어요. 자유롭게 관람하시면 됩니다. 그러다 보면 하나 둘 궁금해질 거예요. 그렇게 차츰차츰 차이를 좁혀 나가면서 되죠!”

“남성 위주 사회에서 여성 작가들은 5배는 노력해야 이름을 남길 수 있다”고 말하는 이 화백은 실제로 이런 각오로 지난 50여 년을 추상 작업에 몰입해 왔다. 1966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한 뒤 1968년 같은 대학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이후 1972년부터 지금까지 서울과 도쿄, 뉴욕 등 전 세계를 무대로 개인전을 33회 넘도록 개최하고 있다.

특히 작품에 가톨릭 교리와 기도문을 라틴어와 한글로 표현함으로써 현대미술에 종교적 표현을 접목하는 새로운 시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현재까지 작품 활동을 하며 한국 가톨릭 종교미술 발전에도 큰 힘을 보태고 있는 점을 인정받아 제23회 가톨릭미술상 본상(회화 부문)을 수상했다.

가톨릭예술아카데미 원장 허영엽 신부는 “그동안 문화와 예술을 통해 믿음과 영성의 목마름을 채우고자 노력해 온 갤러리1898이 특별 초대전을 마련했다”며 “이 화백의 작품에는 작가 자신의 믿음과 활동에 대한 고백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작가의 기도와 영성이 담겨 있는 이번 전시는 우리 모두가 내면의 눈을 뜰 수 있도록 인도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갤러리1898의 전신인 ‘평화화랑’은 2000년 대희년을 맞아 1월 12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 1개 관으로 개관했다. 이후 2009년 5월 2개 관으로 확장했으며, 2015년 1월 1898광장에 지금의 명칭으로 변경해 3개 관으로 재개관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