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북쪽 끝에서 펼쳐지는 소녀의 모험

(가톨릭평화신문)





프랑스 감독 레미 샤예의 ‘사샤의 북극 대모험’은 간결하면서도 기품 있는 그림체와 잔잔한 음악으로 한 소녀의 북극 여정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그려낸 애니메이션이다. 로드무비는 끝없이 길을 떠나고 사람들을 만나며 성장해 가는 우리의 삶을 닮았다.

“북극이 어디예요?”

“세상 저 북쪽 끝이란다. 거긴 무척 춥고 사람이 살지 않지. 빙하 위에서 개랑 썰매를 끌고 수천 킬로미터를 걸어야 해. 그런데 정말 아름답단다.”

사샤는 러시아의 북극 정복에 일생을 바친 외할아버지가 어린 시절 자신에게 해 준 이야기를 마음 깊이 간직한다. 외할아버지가 타고 떠난 다바이호의 모형, 북극 항로가 그려진 지도, 개랑 썰매를 타고 가는 사람의 목각인형을 보며 지금도 북극 어딘가를 걷고 있을 외할아버지 모습을 그려보는 사샤. 하지만 북극점을 정복하고 온다던 외할아버지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 어엿한 숙녀로 성장한 사샤를 위해 집에서는 첫 무도회를 연다. 사샤는 외할아버지가 준 귀걸이를 찾으러 외할아버지 방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외할아버지의 메모가 적힌 쪽지를 발견한다. 그가 세상에 알려진 항로와 다른 곳으로 갔음을 알게 하는 메모이다.

러시아 황제는 실종된 다바이호의 탐색을 지시하지만, 오래도록 성과가 없자 탐색을 중지시킨다. 사샤는 용기를 내어 무도회에 온 황제의 과학 고문 톰스키 공작에게 탐색의 항로가 잘못되었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샤의 가문을 견제하던 그는 일부러 손님들 앞에서 사샤와 그녀의 집안을 망신시킨다. 그 일로 사샤의 아버지 체르넷 백작마저 외할아버지가 가문과 국가의 재정을 파탄 낸 헛된 꿈을 꾸었다며 사샤의 행동을 비난한다. 밤새 슬픔에 잠겨 있던 사샤는 모두가 잠든 새벽에 홀로 외할아버지를 찾으러 집을 떠난다.

러시아 제국의 옛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영향력 있는 가문의 외동딸인 사샤는 기차표가 필요하다는 것도 모른 채 일등칸에 탔다가 삼등칸으로 쫓겨나고, 항구에 도착해서는 북극으로 데려가 주겠다는 노르주호의 부선장 라슨에게 속아 유일한 재산이었던 외할아버지의 귀걸이마저 빼앗긴다. 그리고 노르주호는 그녀를 두고 떠나 버린다. 그러나 그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 뱃사람을 상대로 하는 여관의 여주인 올가의 도움으로 새벽부터 저녁까지 허드렛일을 하며 노르주호가 다시 돌아오길 기다린다. 그리고 한 달 만에 되돌아온 노르주호의 선장 룬드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 사샤는 마침내 그의 동료들과 함께 북극으로 떠나는 배에 몸을 싣게 된다.

인간이 감히 범접해서는 안 되는 영역으로만 알려졌던 북극. 하지만 사샤는 북극의 숨은 아름다움에 대해 알려 준 외할아버지를 마음 깊이 간직했다. 귀족의 신분으로 살아오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세상 사람들 속에서 배우며, 강인한 여성으로 성장해 가는 사샤의 성장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사샤의 북극 대모험’은 현재 우리가 걷고 있는 삶의 여정을 되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