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서 작곡가로 행복한 일탈 중인 ‘닥터 조’

(가톨릭평화신문)
▲ 의사 겸 작곡가 닥터 조가 녹음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많은 분이 제 음악을 통해 지친 마음이 조금이라도 치유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 남자, 의사 가운을 입고 청진기를 목에 걸면 몸이 아픈 사람들을 낫게 한다. 하지만 헤드폰을 쓰고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면 상처받고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달랜다. 의사 겸 작곡가 닥터 조(Dr. Jo, 조민형 유베날리스)다. 그를 2일 서울 강남의 한 녹음실에서 만났다.

“제가 4살, 5살 때 어머니가 카세트테이프를 사 와서 틀어주면 제가 노래를 듣고 춤을 췄대요. 그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조씨는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작곡도 시작했다. “특히 가요를 좋아했는데 음악을 많이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들게 된 것 같아요.”

조씨는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말씀을 거스르지 않는 아들은 의대에 들어갔다. 의사는 그의 또 다른 꿈이기도 했다. 음악은 대학에 가서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의대는 예과 2년, 본과가 4년인데 예과 때 이때가 아니면 안 되겠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장비를 사서 본격적으로 작곡을 시작했습니다.” 낮에는 학교 공부, 밤에는 작곡에 매달렸다. 그러다 방시혁 프로듀서를 만나게 됐고 작곡한 곡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학업과 병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재능이 있다는 말씀도 해주셨어요.” 방시혁 프로듀서의 말은 조씨의 열정에 불을 지폈다. 그는 방시혁 프로듀서를 통해 작곡가로 데뷔했다. 의사 면허 취득보다 앞선 일이었다.

조씨는 의사 면허 취득 후에는 강원도에서 공중보건의로 일했다. 공중보건의로 일하면서도 작곡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인연이 있던 박진영 프로듀서와 다시 연락이 닿았고 당당히 작곡가로서 함께 일할 수 있었다. 활동명도 그때 정했다. 의사 겸 작곡가여서 활동명도 ‘닥터 조’로 정했다.

하지만 작곡가의 길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매번 좋은 곡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었다. 불안했고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언젠간 되겠지,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만큼 좋은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면서 버텼던 것 같아요.” 조씨는 다시 의사로서 일하기도 했다. 그는 전문의까지는 하지 못했기에 한방병원에서 양방진료를 했다.

그러던 중 조씨에게 2020년 곡 의뢰가 들어왔다. 그가 작곡가로서 전환점을 맞은 곡. 가수 아이유가 부른 ‘라일락’이다. “라일락이 큰 전환점이 된 것 같아요. 라일락이 앨범에 실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타이틀곡이 될 거라는 기대는 더더욱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곡이 확정된 순간 ‘이번 연도는 음악만 열심히 하라고 주어진 시간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씨는 아이유뿐만 아니라 트와이스, ITZY, 에이핑크 등과 함께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조씨는 신앙에 대해 고백도 했다. “대학교 재수를 했어요. 너무 힘들어서 명동성당에 가서 기도했는데 마음이 너무 편해졌고, 기도를 들어주셨는지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본과 때는 어머니가 쓰러지셔서 의정부성모병원에 계셨는데 그때 병원 내 경당에서 간절히 기도했거든요. 기도 덕인지 다행히 어머니도 건강을 되찾으셨어요. 그래서 나는 성당에 다녀야 하는 사람인가 생각했습니다.” 조씨는 의사 면허 시험을 준비하면서 세례를 받았다.

조씨는 늘 어려운 사람을 돕고 봉사하며 살려고 한다. 그가 의사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음악을 좋아해서 작곡가가 되긴 했지만, 음악을 통해서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려 애쓴다.

“의사로 사는 삶은 일상이고 작곡가로 사는 삶은 일탈인 것 같아요. 둘 중 뭐가 좋다고 이야기할 순 없지만, 지금은 음악이 더 좋아요.” (웃음)

조씨는 현재 행복한 일탈 중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