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향기 with CaFF] (129)어웨이

(가톨릭평화신문)



영화는 시대의 사회상과 문화, 가치관을 보여주고, 등장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꿈과 희망을 보여주는 좋은 매체로, 대중에게 즐거움과 무한한 상상력을 선사하기 위해 대규모 예산과 최첨단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애니메이션 ‘어웨이’는 위의 공식을 따르지 않고 4년간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 혼자 각본, 디자인, 작화, 연출, 편집, 작곡까지 해낸 작품이다. 독창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아 전 세계 영화제에서 8관왕을 달성한 ‘어웨이’는 소년이 알 수 없는 거대한 어둠의 괴물체에 공격받는 다양한 상황을 4장으로 나누어 두려움과 좌절, 용기와 구원을 통해, 우리가 잊고 살아온 것들을 잠시 생각하게 하면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어른동화와 같은 애니메이션이다.

1장에서 주인공 소년이 비행기 사고로 불시착해 나뭇가지에 매달려 목매어 죽은 듯한 첫 장면은 매우 강렬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아름다움과 평화는 오래가지 않는다는 무상함을 보여준다. 2장의 광활한 대자연의 아름다움은 태초에 하느님이 세상을 만드실 때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데, 아름답기로 유명한 발트3국 가운데 라트비아 출신 감독이어서 이런 감성을 그려냈으리라는 상상을 하며 가본 적 없는 라트비아를 동경하게 한다.

3장은 미지의 섬에서 지도와 모터사이클을 발견하고 어딘가를 찾아 떠나는 소년을 보며 과연 유토피아는 어디에 있는가를 되묻게 한다. 죽어도 죽어지지 않은 채 ‘다이하드’ 하게 끊임없이 따라오는 거대한 어둠의 괴물체는 주인공 소년을 압박한다. 4장에 이르러 소년에게 도움을 받은 작은 새는 엎어진 거북이를 살리는 선한 기운으로 이어지고, 소년을 집어삼킨 어둠의 괴물체가 빅뱅과 같은 현상을 일으키며 산산조각이 나는데, 모든 것을 내려놓은 최후의 순간에 빛의 에너지를 얻어 따뜻하고 착한 모습으로 변모하는 보은의 기적을 경험한다.

‘어웨이’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움직임이나 유명 캐릭터 없이도 신비하고 아름다운 영상을 경험하게 하는데, 물질적 성공과 출세를 추구하는 현대인들이 잃기 쉬운 순수함과 인간의 삶을 음악과 효과음만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영화의 주인공 소년이 겪는 스펙터클한 여정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았다. 무언가 모를 거대한 어둠의 괴물체에 공격받는 소년은 나약한 인간을 의미하고, 끊임없이 엄습해오는 어둠의 존재는 세상살이에서 부딪히는 불안과 공포를 상징하는 것 같다. 좌절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가는 주인공 소년이 힘든 상황에서도 작은 새를 구하는 모습에서 사랑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미약한 힘이라도 서로에게 도움을 준 소년과 작은 새에게 평화와 안식이 찾아오듯. 우리도 서로 돕고 살며 우리 안에 계신 성령에게서 오는 평화를 구해야겠다. 8월 4일 극장 개봉



이경숙 비비안나(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 가톨릭영화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