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두운 곳에는 항상 빛이 숨어있다

(가톨릭평화신문)



깊은 곳의 빛

루이지 마리아 에피코코 지음

김희정 옮김 / 가톨릭출판사

관계ㆍ고독ㆍ침묵ㆍ육체ㆍ죽음은 인간 실존의 근간을 이루는 뼈대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병상이 부족하다는 소식으로 가득한 매일의 뉴스는 우리의 마음을 어둠으로 이끈다.

2014년부터 교황청립 라테라노 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루이지 마리아 에피코코 신부는 어둠의 깊은 곳에는 반드시 빛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소중한 사람을 만날 수 없어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현실(관계), 누군가를 잃을까 봐 두려운 현실(고독), 분주한 삶을 살다가 코로나19로 고요한 삶에 접촉한 사람들의 이야기(침묵), 육체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육체), 자신보다 소중한 사람을 잃어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의 이야기(죽음)를 담아냈다. 각계각층의 신자들을 만나온 저자가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받은 편지로 각 주제의 문을 연다.

에피코코 신부는 사람들과 떨어져 지내며 고독과 외로움을 마주하게 됐지만, 내면의 자신과 깊은 관계를 맺으며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라고 조언한다. 바뀐 일상에 대해 답답하거나 어둠에 갇혔다고만 여길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빛을 발견하면, 그것이 곧 희망의 빛이 된다는 것이다.

에피코코 신부는 “어둠 속에 있을 때 가장 그릇된 일은 어둠에 굴복하고 어둠이 마지막 말을 하게 놔두는 것”이라며 “인생은 빛과 그림자의 연속이지만, 빛이 없을수록 빛에 대한 기억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다수의 철학서와 신학 서적을 집필한 작가로, 강의와 피정 지도를 통해 평신도와 수도자, 성직자 양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 책은 전염병의 어둠이 덮친 2020년, 에피코코 신부가 봉쇄 조치가 내려져 절망과 무력감에 빠진 이탈리아 사람들을 위해 썼다.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