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눈] 채 상병 사건의 VIP는 누구인가

(가톨릭평화신문)

 

지난해 7월, 수해 복구 지원을 나간 해병대 채수근 일병이 급류에 휩쓸려 숨을 거둡니다. 해병대는 순직한 채 일병을 한 계급 진급 시키고 수사단을 만듭니다. 수사단장은 박정훈 해병대 대령. 박 대령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한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초동 조사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이 보고서에 결재합니다. 해병대는 유가족에게도 수사 결과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를 언론에 브리핑하기로 합니다. 이렇게 채 상병 사건은 마무리 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언론브리핑 당일, 갑자기 모든 것이 뒤집어집니다. 언론 브리핑 2시간 전, 국방부 장관 지시로 언론브리핑이 취소됩니다. 박 대령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보고서에서 해병대 지휘부의 이름과 혐의 내용을 빼라는 취지의 말을 반복해서 듣습니다.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경찰에 넘겨 압수 수색과 구속을 진행해야 하는데, 국방부장관은 박 대령에게 경찰에 넘기지 말라고 지시합니다. 하지만 수사 단장인 박 대령은 지시를 거부합니다.

이에 해병대는 박 대령을 보직 해임시킵니다. 국방부 검찰단은 집단 항명 등의 혐의로 박 대령을 포함해 해병대 수사단을 압수 수색합니다. 해병대 수사단이 조사한 채 상병 사망 사건은 국방부가 다시 재검토합니다. 이렇게 뒤집어 지는 줄 알았던 채 상병 사건은 여기서 또 한 번 뒤집어집니다. 박 대령은 생방송 방송에 출연하여 수사에 외압과 부당한 지시가 있다고 양심선언을 합니다. 박 대령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수사 외압과 부당한 지시의 시작점을 가리킵니다. 그 시작점은 바로 ‘VIP’입니다.

“정말 VIP가 맞냐고 물어보자 고개를 끄덕였다.” 박정훈 대령은 자신의 진술서를 국방부 검찰단에 제출합니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만나서 대화한 내용이 진술서에 포함됐는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수사 언론 브리핑이 예정돼 있던 당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사 관련 내용을 보고받습니다. 그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격노하면서 이 국방부 장관과 전화통화를 합니다. 윤 대통령은 이 국방부 장관에게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는 겁니다. 이런 내용을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들으며 박 대령은 정말 VIP의 지시였냐고 묻자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였다고 합니다. 일명 ‘VIP의 격노’입니다.

하지만 박 대령의 주장에 대해 관련자들은 모두 이를 부정합니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 가짜뉴스라고 합니다. 하지만 박 대령 양심선언 이후 모양새가 수상합니다. VIP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호주 대사로 임명돼 대한민국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언론의 보도를 통해 알려지는 녹취록과 통화 녹음 등은 수사 외압과 부당 지시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군을 관장하는 국가안보실, 경찰과 연결된 공직기강비서실 등 용산 대통령실이 이번 수사에 개입되어 있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관련한 모든 정황들이 ‘VIP’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진실을 밝히는 일은 이제 특검만이 가능해 보입니다. 채 상병 죽음과 관련해 왜 대통령실은 수많은 전화를 했는지 국민들은 궁금해 합니다. VIP가 정말 검사 출신 윤 대통령인지 아니면 다른 이인지 궁금합니다. 국민의 3분의 2가 채 상병 특검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이제 대통령의 결심만 남았습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채 상병 사건의 VIP는 누구인가>입니다.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