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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편 그리스도인의 삶

제 3 편 그리스도인의 삶가톨릭교리서

내용

  • I. 인간 생명의 존중
  • 성경의 증언
  • 2259 성경은 형 카인이 아벨을 살해한 이야기에서,34) 인류 역사의 시초부터 원죄의 결과인 분노와 욕망이 인간 안에 내재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하느님께서 형제 살해의 악랄함을 보고 말씀하셨듯이, 인간이 인간의 원수가 되었다.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느냐- 들어 보아라. 네 아우의 피가 땅바닥에서 나에게 울부짖고 있다. 이제 너는 저주를 받아, 입을 벌려 네 손에서 네 아우의 피를 받아 낸 그 땅에서 쫓겨날 것이다”(창세 4,10-11).
  • 2260 하느님과 인류가 맺은 계약은, 하느님의 선물인 인간 생명과 인간의 살인적 폭력성을 잊지 않도록 짜여 있다.
  • 나는 너희 각자의 피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 사람의 피를 흘린 자, 그 자도 사람에 의해서 피를 흘려야 하리라. 하느님께서 당신 모습으로 사람을 만드셨기 때문이다(창세 9,5-6).
  • 구약 성경은 항상 피를 생명의 신성한 표지로 여겼다.35) 이러한 가르침은 어느 시대에나 필요한 것이다.
  • 2261 성경은 다섯째 계명이 금지하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 “죄 없는 이와 의로운 이를 죽여서는 안 된다”(탈출 23,7). 무죄한 사람을 일부러 살인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황금률과 창조주의 거룩하심을 중대하게 거스르는 것이다. 이러한 살인을 금지하는 법은 예외 없이 유효하다. 이 법은 언제 어디서나 모든 사람이 누구나 지켜야 한다.
  • 2262 주님께서는 산상 설교에서 “살인해서는 안 된다.”(마태 5,21)는 계명을 상기시키시며, 여기에 분노와 증오와 복수하는 일까지 금지하신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리스도께서는 다른 뺨을 내밀 것과,36) 원수를 사랑할 것을37) 당신 제자들에게 요구하신다. 그리스도께서도 당신 자신을 방어하지 않으셨으며, 베드로에게 칼을 칼집에 도로 꽂으라고 말씀하셨다.38)
  • 정당방위
  • 2263 개인이나 집단의 정당방위는, 고의적인 살인죄가 성립되는 무죄한 사람의 살인을 금지하는 데 대한 예외가 아니다. “자기 방어가 두 가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니, 하나는 자기 생명의 보존이요, 다른 하나는 공격자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다.39)……전자만이 의도적인 것이며, 후자는 의도적인 것이 아니다.”40)
  • 2264 자기 사랑은 도덕성의 기본 원칙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생존권을 존중하는 것은 정당하다. 자기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공격자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한다 할지라도 살인죄를 짓는 것은 아니다.
  • 만일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폭력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부당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적절한 방법으로 폭력을 물리친다면, 그것은 정당한 것이다.……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죽이지 않으려고 적절한 방어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구원에 필요한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인간에게는 타인의 생명보다 자신의 생명을 돌볼 의무가 더 크기 때문이다.41)
  • 2265 정당방위는 권리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을 책임진 사람에게는 중대한 임무가 될 수 있다. 공동선을 지키려면 불의한 공격자가 해악을 끼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러한 까닭에 공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책임에 맡겨진 시민 공동체를 해치는 공격자들을 물리치는 데 무력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
  • 2266 인권과 시민 사회의 기본 규범을 손상시키는 행동의 확산을 억제하는 국가의 노력은 공동선 보호 요구에 부합한다. 공권력은 범죄의 경중에 따라 형벌을 부과할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형벌의 첫째 목표는 잘못으로 발생한 폐해를 바로잡는 것이다. 죄지은 사람이 이 형벌을 스스로 받아들이면, 그것은 속죄의 효과를 지니게 된다. 그리고 형벌은 공공질서와 사람들의 안전을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다. 형벌은 또한 치유를 위한 것으로서, 되도록 죄지은 사람의 교정에 이바지해야 한다.
  • 2267 교회의 전통적 가르침은, 범죄자의 정체와 책임에 대한 완전한 규명이 전제되고, 불의한 공격자에게서 인간 생명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유일하고 가능한 방법이 오로지 사형뿐이라면, 사형에 의존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
  • 그러나 만일 공격자에게서 사람들의 안전을 방어하고 보호하는 데 사형이 아닌 방법으로도 충분하다면 공권력은 그러한 방법만을 써야 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방법들이 공동선의 실제 조건에 더 잘 부합하기 때문이며, 인간의 품위에 더욱 적합하기 때문이다.
  • 오늘날은 참으로 범죄자의 자기 구제 가능성을 결정적으로 박탈하지 않고서도, 범죄자가 해를 끼칠 수 없게 하여 국가가 효과적으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피고를 사형해야 할 절대적 필요성이 있는 사건은 “실제로 전혀 없지는 않더라도 매우 드물다.”42)
  • 고의적인 살인
  • 2268 다섯째 계명은 직접적이고 고의적인 살인을 중대한 죄로 금하고 있다. 살인자와 살인에 일부러 협력하는 자는 하늘을 향해 복수를 부르짖게 하는 죄를 저지르는 것이다.43)
  • 천부의 유대를 파괴하기 때문에, 유아 살해,44) 형제 살해, 부모 살해와 배우자 살해는 특별히 중한 죄이다. 우생학이나 국민 건강이라는 구실로 행해지는 어떤 살인도, 공권력이 명령하는 것까지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 2269 다섯째 계명은 어떤 사람을 간접적으로나마 죽이려는 의향으로 자행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한다. 도덕률은 중대한 이유 없이 어떤 사람을 죽을 위험에 놓이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위험에 놓인 사람에게 도움을 거절하는 것을 금한다.
  • 인간 사회가 기근으로 사람들이 죽어 가는 데 대하여 구제책을 세우고자 노력하지 않고 묵인하는 것은 파렴치한 불의이며 중대한 죄이다. 폭리를 추구하며 탐욕스러운 행위로 인류 형제의 굶주림과 죽음을 유발시키는 상인들은 간접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며, 그 책임은 그들에게 돌아간다.45)
  • 본의 아닌 살인은 도덕적으로 책임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적합한 이유 없이 죽음을 초래하게 하는 행동을 했다면, 비록 살해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중죄를 면하지 못한다.
  • 낙태
  • 2270 인간의 생명은 임신되는 순간부터 철저하게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한다. 인간은 존재하는 첫 순간부터, 인간의 권리들을 인정받아야 하며, 그중에는 모든 무죄한 이들의 생명 불가침의 권리도 포함되어 있다.46)
  • 모태에서 너를 빚기 전에 나는 너를 알았다. 태중에서 나오기 전에 내가 너를 성별하였다. 민족들의 예언자로 내가 너를 세웠다(예레 1,5).
  • 제가 남몰래 만들어질 때, 제가 땅 깊은 곳에서 짜일 때, 제 뼈대는 당신께 감추어져 있지 않았습니다(시편 139[138],15).
  • 2271 교회는 1세기부터 모든 인위적 낙태를 도덕적인 악으로 단정하였다. 이러한 가르침은 변하지 않았으며, 불변하는 것으로 존속한다. 직접 낙태, 곧 목적이나 수단으로서 의도한 낙태는 도덕률의 중대한 위반이다.
  • 낙태로 태아를 죽이지 말고, 갓난아이를 죽이지도 마시오.47)
  •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는 생명 보존이라는 숭고한 직무를 인간에게 맡기시어 인간 품위에 알맞은 방법으로 이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셨다. 그러므로 생명은 임신 순간부터 최대의 배려로 보호받아야 한다. 낙태와 유아 살해는 흉악한 죄악이다.48)
  • 2272 낙태에 대한 분명한 협력은 중죄가 된다. 교회는 인간 생명을 거스르는 이 죄를 교회법적 벌인 파문으로 제재한다. “범죄 사실 자체로”,49) 그리고 교회법으로 정해진 조건들에 따라,50) “낙태를 주선하여 그 효과를 얻는 자는 자동 처벌의 파문 제재를 받는다.”51) 이렇게 함으로써 교회가 자비의 영역을 제한하려는 것은 아니다. 교회는 이 범죄의 중대함과, 죽임을 당한 무고한 태아와, 그 부모와 그리고 사회 전체에 끼친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표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 2273 무죄한 모든 개개인의 생명에 대한 양도할 수 없는 권리는 시민 사회와 그 법률의 기본 요소가 된다.
  • “시민 사회와 정치권력은 인간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들을 인정해야 한다. 인간의 권리는 어느 개인이나 또는 부모에게 의존하는 것도 아니며, 또한 어느 사회나 국가가 특권으로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인간 본성에 속하는 것이며, 사람의 기원이 되는 창조 행위로써 인간 안에 타고난 것이다. 이러한 기본권 가운데, 임신되는 순간부터 죽는 날까지 모든 인간이 갖는 생명권과 육체적 완전성에 대한 권리를 지적해야만 한다.”52)
  • “일단 민법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인권의 보호를 실정법이 어떤 범주의 사람들에게서 박탈한 순간, 국가는 법 앞에 모두 평등하다는 사실을 부정하게 되는 것이다. 국가가 개개 시민의 권리, 특히 더 힘이 없는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해 주지 않을 경우 법치 국가의 기초는 흔들리게 마련이다.……임신되는 순간부터 보장되어야 할 출생 전의 아이에 대한 존중과 보호 의무에 따라서, 법은 아이의 권리를 의도적으로 박탈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 적절한 법적 제재를 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53)
  • 2274 배아는 임신되는 순간부터 인간 대우를 받아야 하므로, 가능한 대로 다른 모든 인간과 마찬가지로, 완전하게 보호받고, 보살핌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 산전 진단(産前診斷)은 “배아의 생명과 온전성을 지키고 배아를 하나의 개체로서 보호하거나 치료할 목적으로 행해진다면,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있다.……진단 결과에 따라서는 유산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이 방법을 사용한다면, 도덕률을 심히 거스르는 것이 된다. 진단이란 사형 선고와 같은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54)
  • 2275 “인간 배아에 대한 개입은 다음과 같은 조건에서만 받아들일 수 있다. 곧 배아의 생명과 온전성을 존중하여야 하고, 배아에게 부적절한 위험이 없어야 하며, 질병 치료, 건강 상태의 호전 또는 개별 태아 자체의 온전한 생존을 지향하는 개입이어야 한다.”55)
  •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생물학적 실험 재료’로 쓰려고 배아를 만들어 내는 일은 부도덕하다.”56)
  • “염색체나 유전 물질을 변화시키려는 일부 시도들은, 치료 목적이 아니라 특정 성(性)이나 미리 정한 다른 기준에 따라서 우수한 인간을 선택적으로 만들어 내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조작들은 인간 존재의 개별적인 존엄성과 온전성, 그리고 (그 유일하고 다수로 복사될 수 없는) 주체성에 어긋나는 것이다.”57)
  • 안락사
  • 2276 생명력이 감소되고 쇠퇴되어 가는 사람들을 특별히 존중해야 한다. 병자들이나 신체 장애인들은 될 수 있는 대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받아야 한다.
  • 2277 동기나 수단이 어떻든, 직접적인 안락사는 신체 장애인, 병자 또는 임종을 목전에 둔 사람의 목숨을 끊는 것이다. 안락사는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없다.
  • 그러므로 고통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하면서 사람을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죽게 하는 행위나 그 행위를 묵인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그의 창조주이신 살아 계신 하느님에 대한 존중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언제나 단죄되고 배척되어야 하는 이 살인 행위는, 아무리 선의에서 빚어진 오판의 결과라고 해도, 본질적으로는 그대로 살인 행위이다.58)
  • 2278 비용이 크게 들고 위험하며 특수하거나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의료 기구의 사용 중단은 정당할 수 있다. 그런 경우는 ‘지나친 치료’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렇게 (의료 기구 사용을 중단)할 때에는, (환자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막을 수 없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환자가 자격과 능력을 가졌을 경우에는 환자 본인이 (중단) 결정을 내려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법적 보호자들이 결정해야 하는데, 언제나 환자의 타당한 소원과 정당한 이익을 존중하는 가운데 결정해야 한다.
  • 2279 죽음이 임박한 것으로 여겨지더라도,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베풀어야 하는 치료 행위를 중단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수명을 단축시킬 위험이 있더라도, 죽어 가는 사람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그리고 환자의 죽음을 목적으로나 수단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의 죽음이 예견되고 불가피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진통제 사용은 인간의 존엄성에 도덕적으로 부합될 수도 있다. 진통제를 쓰는 치료는 사심 없는 사랑의 행위이다. 따라서 이 치료 행위는 장려되어야 한다.
  • 자살
  • 2280 사람은 저마다 자기에게 생명을 주신 하느님 앞에서 자기 생명에 책임을 져야 한다. 생명의 최고 주권자는 바로 하느님이시다. 우리는 생명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 하느님의 영광과 우리 영혼의 구원을 위해 보존할 의무가 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생명의 관리자이지 소유주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생명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
  • 2281 자살은 자기 생명을 보존하고 영속시키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적 경향에 상반되는 것이다. 또 올바른 자기 사랑에도 크게 어긋난다. 그와 동시에 자살은 이웃 사랑도 어기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살은 우리가 고맙게 생각해야 하는 가정, 국가, 인류 사회와 맺는 연대 관계를 부당하게 파괴하기 때문이다. 자살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사랑에 어긋나는 것이다.
  • 2282 만일 자살이 시범적으로, 특히 젊은이들에게 본보기로 행해진다면, 이것은 죄로 이끄는 유혹이라는 매우 악한 표양이 되는 것이다. 자살 방조는 도덕률에 어긋난다.
  • 중한 정신 장애나, 시련, 고통 또는 고문으로 겪는 불안이나 심한 두려움은 자살자의 책임을 경감시킬 수 있다.
  • 2283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영원한 구원에 대해 절망해서는 안 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만이 아시는 길을 통해서 그들에게 구원에 필요한 회개의 기회를 주실 수 있다. 교회는 자기 생명을 끊어 버린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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