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향기 with CaFF] (21) 벤 이즈 백 (Ben is Back, 2018)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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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벤 이즈 백’ 포스터 |
영화 ‘벤 이즈 백’은 약물 중독으로 재활 치료를 받는 아들 벤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집으로 돌아와 엄마 홀리와 함께 하루를 보내게 되는 내용을 다룬 작품이다. 이 영화는 각본과 감독을 맡은 피터 헤지스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피터 헤지스 감독은 중독자 가족이 안고 있는 불안과 슬픔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중독자들이 가족과 주변 이웃에게 어떤 고통을 주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 아들 벤 역을 맡은 루카스 헤지스는 피터 헤지스 감독의 아들이다. 이미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배우임을 입증하듯 불안하고 복잡한 이중적인 내면 연기를 훌륭히 소화해냈다.
벤은 어린 시절 사고로 치료를 받다가 마약 성분이 있는 진통제를 과다 복용해 약물 중독자가 됐다. 그래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갑자기 집에 돌아와 가족에게 불안과 혼란을 안겨준다. 벤은 재활에 대한 희망과 자기혐오 사이에서 방황하면서도 주위 사람들에게 몹쓸 짓만 했다고 자책한다. 또 엄마가 자신을 대신해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은 의미가 없다며 집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데도 동생들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쇼핑을 할 정도로 벤은 순수하고 정직하다.
‘벤 이즈 백’은 성장영화이자 가족영화다. 일반적으로 성장영화에는 문제아가 등장한다. 그 아이가 성장통을 겪는 배경에는 아이의 잘못보다 무책임한 부모, 학교, 더 나아가 사회에서 돌보지 않은 책임이 크다. 상처받은 아이를 사랑으로 감싸지 않고 아이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만 질책한다. 그리고 따가운 시선과 편견으로 아이를 위험에 처하게 한다. 따라서 성장영화에서 문제아는 불량어른이라고 할 수 있다. ‘벤 이즈 백’에서 부주의한 의사의 잘못으로 벤이 중독의 길에 들어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벤 이즈 백’에는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이어진다. 약물 중독에 빠졌던 시절 벤이 관계했던 이들의 등장과 그 심각성을 감지한 엄마의 보호 본능이 대립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된다. 사랑하는 벤을 눈앞에서 잃게 될지 모른다는 절박한 상황에서 두려움을 무릅쓰고 끝까지 찾아 나서는 엄마 홀리를 연기를 한 줄리아 로버츠는 더는 귀여운 여인(Pretty Woman)이 아니다. 벤의 반복되는 실수로 다른 가족은 벤을 포기했지만, 엄마는 벤을 조건 없이 받아들이며 포기하지 않는다.
이는 루카복음 15장의 ‘되찾은 아들’의 비유와 같이 방종한 생활을 하다 돌아온 둘째 아들을 가엾이 여기며 잃어버린 아들을 찾았기에 성대하게 잔치를 벌인 아버지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우리도 세상에 살면서 삶의 지표를 잃고 방황할 때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의탁하며, 당신의 믿음과 사랑을 닮아갈 수 있도록 기도를 청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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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숙 비비안나(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장 겸 가톨릭영화인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