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신자·외국인도 서울 순례길 걸으며 한국 교회사 인식 넓혀

(가톨릭평화신문)
 
▲ 천주교 서울 순례길 순례자들이 좌포도청 터를 알리는 표지석을 보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DB

 

 

 

 


‘천주교 서울 순례길’이 2018년 9월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로 선포된 지 1년이 지났다.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교회와 서울시 지자체는 그동안 서울 순례길을 국제적 명성에 걸맞은 순례길로 만들고자 노력해왔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지난해 국제 순례지 선포식에서 “세계적인 순례지로서 명성을 다지기 위해서는 이후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서울 순례길 1년을 되짚어 보고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아봤다.



순례길 활성화 사업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위원장 정순택 주교)는 신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도 서울 순례길을 알리려 노력해 왔다. 서울 순례길이 포함된 지역민들에게는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가며 서울 종로구, 용산구, 마포구, 중구 구민들과 함께하는 순례길 걷기 행사도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설사와 함께하는 순례길 걷기’ 프로그램을 새롭게 정비하며 해설사 수를 늘렸다. 해설사들은 서울 시내에 가톨릭교회 성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성지를 잇는 순례길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를 상세하게 알려준다. 해설사와 함께 순례길을 걷다 보면 한국사와 연결된 교회사가 생생하게 다가온다.

서울 순교자현양위원회 사무국장 옥승만 신부는 “해설사와 함께하는 순례길 걷기 프로그램은 신청을 받자마자 몇 분 만에 마감이 될 정도”라면서 “많은 이들이 순례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순교자현양위는 서울 순례길이 국제 순례지로 선포된 만큼 해외 교회에도 서울 순례길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한국 아시아 교회 네트워크 사업’을 통해 아시아 각국 교회 순교자 현양과 성지순례 사목에 관심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연구 중이다.



지자체와의 협력

서울대교구와 서울시는 순례길 개선 사업에 협력하고 있다. 순례길이 복잡한 서울 시내를 관통하기에 순례하는 이들이 아닌 경우에는 순례길을 모르고 지나다니게 된다. 이에 순례길임을 알리는 표지석 설치를 확대하는 중이다. 또 성지마다 안내도 강화했다. 영어와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 등이 가능한 해설사들을 양성, 성지를 찾은 외국인들에게 순교 신심으로 성장해온 한국 교회를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 서울 순교자현양위는 서울관광재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서울 순례길 홍보와 순례 관광객을 위한 사업 등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두 기관은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4개 언어로 된 안내책자와 홍보지, 모바일 앱을 개발해 배포했다. 서울관광재단은 성지순례 전문 여행사 6곳을 선정해 순례 관광객을 위한 여행 프로그램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1년간의 성과

지난 1년의 노력은 현장에서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5년간 성지 해설사로 봉사해 온 박수영(가브리엘라, 서울 가재울본당)씨는 “국제 순례지 선포 이후에 순례자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성지를 찾는 순례자들이 확실히 예전보다 성지는 물론 교회사에 대해 공부를 하고 온다”면서 “순교자들의 삶과 신앙을 더 깊이 알고 가기에 더 많이 감동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성지를 찾는 사람들이 느는 건 성지에서 일하는 이들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서울 가회동본당 김상규(요셉) 사무장은 “가회동성당은 순례길 1코스 도착지이자 2코스 출발지인데 순례길을 따라 성당을 찾는 사람들이 20% 이상 늘었다”고 했다. 절두산순교성지 강정윤(유스티나) 학예실장은 “최근 판매를 시작한 순례자 여권이 사흘 만에 300부 이상 팔렸다”면서 “국제 순례지 선포를 계기로 순교성지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늘면서 순례길을 직접 걷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올해 6월 문을 연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는 석 달 동안 4만여 명이 다녀갔다. 박물관 집계에 따르면 이 가운데 3만 5000여 명은 신자가 아닌 이들이다.

아시아 청년 순례단이 서울 순례길을 정례로 찾게 된 점도 성과로 꼽힌다. 태국과 미얀마,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9개 아시아 국가의 종교 지도자와 청소년 70여 명은 9월 중순 서울을 방문해 서울 순례길을 순례한다. 지난해에는 아시아 청년 30여 명이 한국을 찾아 서울 순례길 등을 방문했다.



앞으로의 과제

서울 순례길이 국제 순례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순례에 관한 영성을 널리 알리면서 순례길을 꾸준하게 가꿔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서울 순교자현양위 한 관계자는 “성지 해설 프로그램을 교구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수요보다 해설사 숫자가 부족하다”면서 “순례길이 힘들고 도심 한복판에 있는 만큼 쉼터를 설치하거나 길을 더 알기 쉽게 만드는 등 순례객을 배려한 시설도 조금 더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영 해설사는 “여전히 왜 순례를 해야 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계시다”면서 “순례에 대한 인식을 좀더 높이면서 지금처럼 노력하면 서울 순례길 모습이 더욱 아름다워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