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향기 with CaFF] (36) 예스터데이 (Yesterday, 2019)

(가톨릭평화신문)
▲ 영화 ‘예스터데이’ 포스터.



비틀즈의 노래를 들을 때면 중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5교시 수업 시간, 꾸벅꾸벅 조는 학생들을 깨우기 위해 선생님이 불러 주셨던 노래 ‘예스터데이’. 감미로운 듯 애절했던 노래에 사춘기 소녀의 가슴은 설레고, 그날 이후 난 비틀즈의 팬이 되었다.

영화 ‘예스터데이(Yesterday, 2019)’에도 아련한 추억이 묻어난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보면 인생에서 가장 순수하고 빛났던 시절을 이야기한다. 무명 뮤지션 잭 말릭은 전 세계가 12초간 정전이 된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는 퇴원 기념 파티에서 비틀즈의 ‘예스터데이’를 부르는데, “비틀즈가 누구야?”, “딱정벌레야?” 라며 친구들은 비틀즈를 기억하지 못한다.

세상에서 비틀즈를 기억하는 유일한 사람이 된 잭.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비틀즈의 명곡을 세상에 선보이며 천재 뮤지션으로 등극한다. 그렇게 꿈꾸던 슈퍼스타가 됐지만, 잭은 비틀즈의 ‘예스터데이’ 노랫말처럼 지난날을 그리워한다. “Oh, I believe in yesterday…now I long for yesterday(아 지난 시절이 그리워라…그날이 정말 그립네).”

영화 ‘예스터데이’의 가장 큰 재미는 전설의 뮤지션 비틀즈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비틀즈 음악은 저작권 허가를 받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는데, 영화사상 비틀즈 음악을 가장 많이 수록했다고 한다. 비틀즈의 멤버인 폴 매카트니, 링고 스타 그리고 작고한 존 레논, 조지 해리슨의 가족들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이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또 다른 재미는 세계적인 팝스타 애드 시런의 특별 출연이다. 애드 시런은 영화의 주인공과 같은 영국의 작은 지방 서퍽 출신으로 오랜 무명 가수 생활을 거쳐 슈퍼스타가 되었다고 한다. 애드 시런의 능청스런 연기와 노래는 예상치 못한 선물처럼 다가온다.

영화 ‘예스터데이’는 나에게 여행과 같았다. 떠나기 전에는 설레지만, 막상 떠나면 힘들고 고생스럽다. 하지만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면 즐겁고 또다시 떠나고 싶어지는 이상한 마력.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대니 보일 감독과 ‘어바웃 타임’의 리처드 커티스 작가가 함께 만든 작품이라는 기대와 비틀즈의 명곡을 들을 수 있다는 설렘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영화는 나의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켜 주진 못했다. 그러면 어떠한가! 극장에서 집으로 오는 길. 비틀즈의 노래를 무한 재생하며 그때 그 시절 추억을 선물 받았으니, 이만하면 행복하다.

9월 18일 개봉


▲ 김연정 첼레스틴(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