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삶과 그림, 일상을 위로하다

(가톨릭평화신문)

▲ 리카르드 베르그 작 ‘북유럽의 여름 저녁’





사방이 막히고 인생이 꼬인 것 같을 때 자신을 구해줄 예술가가 있다면, 깊은 절망의 밤에도 다시 기운을 내어 기쁘게 살고 싶은 마음을 솟구치게 해줄 미술작품이 있다면, 미술작품 앞으로 달려가지 않을 이 누가 있을까.

KBS 기상캐스터로 7년간 활동해온 방송인 이세라(진이 아가타, 34)씨가 자신의 삶을 지켜준 그림을 소개한 책을 선보였다. ‘새하얀 밤을 견디게 해준 내 인생의 그림, 화가 그리고 예술에 관하여’를 부제로, 31명 예술가의 삶과 그림을 녹여냈다. 저자는 화사하고 아름다운 그림만 선정하지 않았다. 묵직하며 때론 슬프고 위태롭고, 침울하며 그러나 희망을 꿈꾸는 사람 냄새가 나는 작품들이다.

찬사를 받으면서도 스스로 만족할 줄 몰랐던 알브레히트 뒤러, 비판과 조롱에도 인간의 욕망을 조망한 잭 베트리아노, 성폭력 범죄 피해자가 아닌 최초의 여성 화가로 이름을 남긴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등 저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동국대학교 국문과에서 시와 소설 비평을 공부한 저자는 기상캐스터로 일하면서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으로 석사 과정을 밟았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도슨트 교육을 받은 게 계기가 되어 다양한 미술 콘텐츠를 자신만의 언어로 소개하는 일에 즐거움을 찾았다.

저자는 ‘젊은 여성 방송인’으로 살면서 오해와 편견으로 하얗게 밤을 지새울 때 그에게 곁을 내주고 응원해주었던 건 사람이 아닌 그림과 예술가들이었다고 고백한다. 굴곡진 인생에서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예술가들은 시대와 국적, 성별을 막론하고 큰 힘이 되어 주었다. 그는 이 작품들이 다른 이에게도 힘과 위로를 줄 수 있기를 바라며 책을 세상에 내놨다.

국립현대미술관 이사빈 학예연구사는 추천사에 “강렬한 그림들과 예술가들의 매혹적인 인생, 그리고 작품 속에서 발견한 타인의 삶 앞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는 저자의 이야기들이 매혹적인 조화를 이룬다”고 썼다. 이지혜 기자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

이세라 지음 / 나무의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