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2주 태아 생존율 높아져… 개정안 재점검 필요하다

(가톨릭평화신문)
▲ 서울성모병원에서 25주 2일 만에 태어난 초극소 미숙아의 모습. 서울성모병원 제공



정부가 10월 7일 입법 예고한 형법ㆍ모자보건법 개정안에서는 사회적ㆍ경제적 사유를 포함해 임신 15~24주 이내에는 법이 정한 경우 낙태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임신 22주차에서 24주차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들 다수가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태아가 엄마 몸 바깥에서도 충분히 살 수 있는 주수인 24주차를 낙태 허용 가능 시기로 정한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의료 발달, 초극소 미숙아 생존 사례들

세계보건기구(WHO)는 태아의 생존 능력을 임신 22주 이상, 체중 500g 이상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이 기준은 이미 깨진 지 오래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임신 22주차, 체중 500g 이하로 태어나 생존한 사례가 다수 있다.

국내의 경우 임신 22주 만에 태어난 경우가 있다. 2011년 4월 인제대 부산백병원은 임신 22주, 530g의 몸무게로 태어난 초극소 미숙아를 생후 4개월(127일) 만에 몸무게 2.57㎏으로 건강하게 키워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2008년 6월에도 삼성서울병원이 임신 기간 22주 3일 만에 태어난 440g 초극소 미숙아 허아영양을 2.5㎏으로 키워 퇴원시켰다. 2006년에는 22주 6일, 480g으로 미국 121병원에서 태어나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됐던 미국인 카메론군이 퇴원했다.

세계보건기구는 태아의 생존 능력을 체중 500g 이상으로 정했지만, 그 이하 체중으로 태어난 생존한 사례도 다수다. 보통 미숙아는 출생 체중에 따라 ‘저체중아’(2500g 미만), ‘극소저체중 출생아’(1500g 미만), ‘초극소미숙아’(1000g 미만)로 나뉜다. 서울아산병원에서 24주 5일 만에 태어난 사랑이의 몸무게는 302g으로 국내에 보고된 초미숙아 생존 사례 중 가장 작았다. 허파꽈리가 완전히 생성되기도 전이어서 사랑이는 출생 직후 소생술을 통해 겨우 심장이 뛰었고 태어난 지 일주일째에는 양수가 빠지면서 체중이 295g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사랑이는 수많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출생 6개월 만에 3㎏의 몸무게로 2018년 7월 퇴원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키 25㎝, 몸무게 370g의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났던 소망이도 올해 1월 건강히 퇴원했다. 일본과 미국 등 해외에서도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나 건강하게 자란 사례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아청년과 염숙경(리오바, 가톨릭산모ㆍ신생아집중치료센터) 교수는 “센터에는 임신 23~24주차에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난 경우가 자주 있다”며 “23~24주차에 태어난 아기도 적절한 치료와 보살핌을 받는다면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10월 7일 형법ㆍ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서는 임신 14주 이내에서는 낙태를 자유롭게 하되 15~24주 이내에서는 법이 정한 경우 낙태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기존 낙태 사유에다 사회적ㆍ경제적 사유를 추가했다. 현행 모자보건법 14조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유전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전염성 질환, 강간ㆍ준강간, 혈족ㆍ인척간 임신, 모체 건강을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을 때는 임신 24주 이내인 사람에게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낙태 허용 주수 정할 때 고려해야 할 것들

하지만 정부가 이번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최근 의학의 발전으로 22~24주차 초극소 미숙아의 생존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을 고려한 흔적은 없다. 법무부 형사법제과 이경화 검사는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릴 때 태아의 독자 생존 가능 시기를 임신 22주 내외로 봤다”며 “법무부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확대하라는 헌법재판소 취지에 맞게 입법재량에 따라 현행 모자보건법에 나온 임신 24주 이내를 낙태 허용 가능 시기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낙태 가능 주수를 정하면서 조산아의 기준뿐 아니라 임신 중절이 가능한 법적 시기의 변화 가능성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